안개꽃#8

by 이팔작가

"지금 내가 말한 시는 내가 예전에 책에서 읽은 건데 너무 좋지 않냐? 그리고 마치 이 시가 나의 상황을 너무 잘 말해주는 것 같아.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것이 딱 내 모습이잖아."


"그럼 k, 혹시 뒤에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부분도 너의 모습인거야? 너 20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직도 너의 마음에 u가 있는 거야? 그렇게 너를 실망시켰잖아."


k는 나의 물음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시와 대화가 채우던 우리 사이의 공백은 단지 담배 연기만 채우고 있었고, 나는 어색함에 시계만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같던 몇 초의 정적을 k가 깨고 말을 했다.


"맞아, 그런 것 같아. 그녀의 바뀐 모습은 나에게 큰 실망을 주었어. 어쩌면 그녀는 처음부터 그런 애였고, 내가 그녀의 좋은 모습만 보고 그녀를 좋아한 건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u는 내가 상상으로 만든 u일 수도 있고, 나는 지금 내가 한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건 내가 만든 '습관'일 수도 있어. 나도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변화는 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나의 자극으로 u를 이용한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k, 곧 있으면 넌 전역을 하잖아. 좀 전에 이야기했지만, 너 정도면 충분히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깐 u에 대한 생각은 전역을 하고 다른 여자들을 만난 다음에 생각해보는 것이 어때? 그게 너한테 좋을 것 같아."


"그래 너의 말이 맞아. 전역한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 그런데 조금 있으면 청소 시간 아니야? 우리 사들고 온 음식 빨리 가서 먹자. 다 식어서 맛없어지겠다."


"아 맞네. 그래 빨리 들어가자. 춥다."


우리는 생활관으로 들어가 사가지고 온 음식을 후임과 나눠 먹었다. 후임과 나눠 먹는 자리에서 k의 소대 후임은 k가 전역을 한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의 표시를 보냈고, k는 그런 후임의 모습에 다정한 웃음과 나중에 연락하라는 말로 대답을 했다. 그렇게 k와 나의 부대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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