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9

by 이팔작가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총과 군복 등의 물품 등을 반납하고, 짐 정리를 했다. 나는 뭔가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k는 어떠한 마음인지 잘 모르겠지만, 표정이 어제보다 한 결 밝아진 것을 보니 k도 내심 홀가분한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짐 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부대를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면서 어제 인사를 나누지 못한 간부님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소대원이 있는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 애써 덤덤하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위병소를 마지막으로 통과했다. 위병소를 통과하니 뭔가 마음이 툭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는데 지금은 좋으면서도 뭔가 불안하고 찝찝한 기분이었다. 마치 배우들이 무대를 끝내고 박수를 받은 뒤, 조명이 꺼진 컴컴한 무대를 홀로 내려가는 것처럼 나는 부대를 나갔다. 나는 후련한 기분이 들 것 같았지만, 너무나 후련했는지 뭔가 허전한 기분이 나를 맴돌았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인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생각하지도 못 한 너무나 아쉽고,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예전 이등병, 일병 때 생각하지도 못 했던 그런 느낌을 지금 이 순간에 느끼게 되니 뭔가 낯설었다. 낯섦에 잠길 때쯤 k와 나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동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버스가 오기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우리는 각자 마실 것을 시키고 서로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진동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진동이 울리고, 서로의 커피를 자기 앞에 두고 우리는 어제처럼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 이등병 때의 모습을 회상하고 웃고 이야기하거나, 지금의 감정을 농담같이 털어놓을 뿐이었다. 내가 u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묻지 않아서인지 그 자리에서 u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다소 아쉬운 대화를 나눈 우리는 각자의 버스에 올라탔고, 아주 자연스럽게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 순간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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