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10

by 이팔작가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나의 페이스북에는 k에 소식이 가끔씩 올라왔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본 k는 자신이 예전에 있던 동아리에서 임원직을 맡아 동아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동아리 홍보를 하는 사진과 글이 대부분이었다면 k는 시상식에서 상장을 받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지극히 내가 알고 있던 능력이 넘치는 k의 모습이었다. k는 동아리 활동 말고도 여전히 누구나 쉽게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를 집착적으로 이루고 있었으며 항상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전역 후 휴식의 시간도 없이 한 학기를 정신없이 보낸 k와 예전 게을렀던 모습으로 점점 변하는 나는 우연히 시간이 맞아 오랜만에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 앞 술집, 그 술집에 나타난 k는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나타났는데, 그 모습은 마치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대학생의 모습처럼 보였다. 항상 자기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느낌과 예전 후임들의 존경을 받던 k의 느낌, 그렇듯 내 기억 속에 있는 k의 모습으로 술집에 왔다.


“k, 요기야 요기.”


술집을 크게 울리는 나의 목소리에 k는 나를 보았고, 그는 옅은 미소로 내가 있는 자리에 와서 허전했던 내 앞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우리는 이때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나는 평범하게 복학을 했고, 흔히 복학생이라고 알고 있는 촌스러운 모습으로 학교에 다시 돌아가 1학년 때 놀기에 바빠 뒷전이었던 학점을 관리하느라 뭔가 자랑스럽게 말할 일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말은 내가 많이 했지만, 거의 k가 하는 일에 대한 궁금증에서 나오는 나의 질문이 내가 하는 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k는 여전히 그때 내가 알고 있던, 나에게 너무 익숙한 k의 모습이었다. 동아리에서 임원을 맡아 다른 동아리와의 교류를 활성화해 이미 서울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법한 동아리로 위상을 높였고, 누구는 휴학을 하고 공부를 해 취득하는 자격증을 성실히 학교 수업과 병행하면서 공부를 해 합격을 하였다. 그 외에도 k의 뛰어난 활약은 많았고, 그 활약은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k라는 사람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과 그와 내가 같이 자고, 먹고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몇 시간의 나의 질문이 오갔을까? 점점 그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때쯤 나는 k에게 u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k, 너 소식은 많이 들었는데 연애한다는 이야기는 없더라. 아직도 u를 좋아하고 있어?”


k는 갑작스러운 u에 대한 물음에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잠시 k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편안하게 웃으며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u를 정말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20살, 군대에 있을 때처럼 u가 생각나고 그리운 것은 아닌데 뭔가 힘들 때, 모든 일을 마치고 새벽에 되어 집에 쓸쓸히 걸어갈 때 u가 생각나더라.”


“소개팅이나 미팅 같이 새로운 만남은 한 적이 없어? 너의 지금 모습이라면 충분히 주변에서 제의했을 건데...”


“몇 번 있었지... 제대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머리도 기르고 이제는 평범한 학생으로 보일 때쯤 주변에서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주로 거절하지 않고 나갔어. 하지만, 이제는 별로 관심이 없어졌어. 토익, 학교 수업, 동아리 등 할 것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런 만남이 지금은 썩 반갑지는 않더라.”


“소개팅이나 미팅하면서 괜찮은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니야? 내가 아는 애 중에 괜찮은 친구들 많은데 네가 보기에 괜찮으면...”


k는 슬며시 웃으며 나의 이야기를 막으며 이야기를 했다.


“하하하, 그런 거 아니야. 친구들이 정말로 예쁘고 착한 애로 소개해줬어. 사실은 몇 번 그렇게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하니깐, 한 번은 u에서 느꼈던 느낌을 주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었어.”


슬며시 웃으며 약간은 부끄러움을 타는 k, 나는 그런 k에게 장난을 치듯 말했다.


“오, 거봐 u같은 애 많다니깐, 그런데 왜 그 친구랑은 연락을 안 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했어야지 이 바보 같은 친구야.”


“사실 몇 번 만나기도 했어. 같이 밥도 먹거나 같이 술도 마시기도 했지만,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 그 애를 만나면서 u의 생각이 왕왕 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뭔가 그 애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u앞에 서면 얼어있던 내 모습이 그 애 앞에서 나타날 때면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 같았어. 그래서 그랬는지 보통 다른 남자처럼 적극적으로 만남을 제의하거나, 달콤한 말을 그녀에게 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점점 미지근한 만남이 지속되었고, 얼마 못가 연락하기도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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