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다짐을 갖고 모니터 한 대를 구입하였다. 기존에 모니터는 뉴스와 기업분석 보고서를 보고, 나머지 한 대는 HTS를 켜서 호가와 차트를 볼 생각이었다. 모니터는 당근마켓에서 싸게 잘 구입하였다. 좋은 장비를 사기에 1달 만에 끝날 수도 있는 꿈일 수도 있다. 라면도 먹기 힘든 상황에서 아직 새것처럼 보이는 모니터가 있으면 너무 암울할 것 같아 선뜻 구입하기 어려웠다. 중고 모니터는 생각보다 오래된 모델이었지만 연결을 하니 화면은 잘 나왔다. 나는 모니터를 연결하고, 나머지 책상에 투자서적과 볼펜 몇 자루를 가지런히 놓고 마음을 다 잡았다.
‘주식하기 힘들었던 19년이 지나고 이제 20년이다. 반도체 중심으로 시장이 돌고 있으니 장비주나 소재주 위주로 종목을 투자해야겠다.’
조사를 하니 Fwd PER 8배로 매력적인 반도체 세정장비 기업을 찾았고, 투자를 하였다.
‘현재 S전자 위주로 하나씩 올리고 있으니 짧은 기간 안에 인정받아 20%의 수익은 줄 수 있을 거야. 20%면 400만 원이고 직장인 한 달 월급보다 크니깐….’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나는 주식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때까지 다음 종목을 찾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감을 갖고 나는 기업분석 리포트, 뉴스 자료 등을 정리하면서 열정적으로 나의 삶에 임하고 있었다. 후회 없는 순간, 과거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순항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HTS로 뜨는 뉴스에 중국에 전염병이 터졌다는 이슈를 보았다. 기사를 클릭해보니 상황은 심각한 것 같았지만, 나는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설날이 되었다.
코로나라고 불리는 병은 한국에 도달하였다. 감염률이 심각했고, 메르스나 사스를 비교하며 심각성을 강조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2가지 선택을 하였다.
1. 손해를 보더라도 주식을 팔자
2. 마스크를 50개 정도 사두자
결과적으로 나의 생각은 맞았다. 시장이 시작하고 패닉이 오면서 나 자신을 의심하였지만, 설날 동안 몇 번을 다짐하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냉정하게 시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결국 시장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표현을 하자면 시작부터 팔 하나를 날린 상황이었지만, 목숨은 있다는 생각으로 안도를 했다. 초기 투자금이 작다는 이유로 레버리지를 쓰지 않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망가져가는 시장을 보면서 순간 나는 직업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이런 건가?’
1달에 20%의 수익률을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 미중무역 분쟁은 완화되었고, 반도체는 사이클을 탔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주식시장의 변덕과 여러 상황 속에서 나는 배운 것이 없었던 게 아닐까? 8년의 시간을 반성하며, 깜깜한 미래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하나도 모르는 그저 백수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