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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투자자문 #3

<20년 겨울과 봄(2월~4월) 1 _ 지옥>

by 이팔작가

시장은 급락을 하였다. 많은 전문가는 시장이 더 빠질 것이라 이야기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반등할 지점을 이야기했다. 반등 시점과 지점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말은 다 똑같았다. 과거 사스, 메르스 때를 비교하며 금방 백신이 나와서 종결될 것이란 이야기와 서브프라임사태를 말하며 이제 시작이라는 딱 두 가지로 나눠질 뿐이었다. 시장도 갈피를 못 잡고 움직였기에 두 의견의 중간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 의견의 종점을 찍은 것은 2월 20일쯤이었다. 시장은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2월 말에 반등이 살짝 나타났지만, 3월 20일까지 쉼 없이 하락하였다. 주식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2월 초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 창 밖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주식시장 안에서는 우산을 쓴 사람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단지 느긋하게 비가 그치고 다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장을 보았다. 하지만 2월 말 하락에는 강한 파도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백신 개발은 잘 되고 있는 건가?’


‘이 하락은 오히려 나에게 기회일까?’


강한 변동성에 나는 홀렸다. 나가지 말아야 할 시기였음에도 위험은 곧 기회로 보였다. 3월이 되고 나는 다시 주식을 샀다. 마스크를 만드는 기업, 손소독제와 관련된 기업, 진단키트 기업 등등…. 운에 의존한 투자, 아니 정확히는 배팅을 나는 하였다.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신용을 쓰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였다. 하루에 140만 원, -80만 원, 320만 원… 나는 일주일 만에 1천만 원을 벌었다. 단순 간에 돈을 많이 버니 주식이 쉬워 보였다. 잃은 날에는 운이 없던 것이고, 버는 날에는 나의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30만 원 기부를 하고, 5~6만 원 점심을 먹었다. 하루 100만 원이 생기는 마법의 기간 동안 나는 매우 낙관적이었고, 건방졌다.


이런 건방짐은 3월 말 400만 원을 하루에 잃고 바뀌게 된다. 패닉에 빠졌고, 복구를 하려고 나름 정한 원칙도 다 무시하며 무지성 매매를 하였다. 뭐하는 기업인지 모르지만, 주가가 오르면 샀다. 산 이후에는 무의미한 차트를 보며 기도만 하였다. 신용으로 원금의 2~3배 되는 돈이 들어가는 투자를 하면서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는 정말로 나약하고 미련한 투자를 하였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몇 번을 반복하고 번 돈의 두배를 잃고 난 후에 나는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인생이 참 공허했다. 남들에게 주식 좀 안다고 훈계하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정말 죽고 싶었다. 부끄러운 투자자였다. 사실 투자자라는 말도 과분한 표현일 것이다. 20살 대학생 때도 하지 않았던 짓을 하면서 대학교 내내 모은 돈을 이렇게 날린 것이다.


내 잔고를 보니 다시 투자자로 복귀는 할 수 있지만, 전업을 하기에 부족한 돈이었다. 돈보다 자신감과 나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를 다시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4월 시장은 다시 빠르게 회복하였지만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달이란 짧은 시간에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다. 결국 많은 위기와 기회, 환희와 절망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바보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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