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러 가는 길 _ 전주

전주역에서 전북대까지

by 이팔작가

2016년 안개꽃을 완성시키고 글 쓰는 것을 미뤘다. 학업에 바빴고, 연애를 하였고, 취업이 급했다. 뭐든 핑계겠지만.. 여러 이유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로 혼자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자문사에서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배운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단지 이런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하루하루 느낀 점을 정리하고,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있으면 정리하였다. 그렇게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치고 '버핏투자자문'을 쓰게 되었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한 시작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지만, 9월 말 2개의 글을 쓰고 공백이 생겼다. 백신 접종 후 휴식, 친구와 캠핑 등 또 핑계가 쌓였다. 2번의 핑계에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데 이렇게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


글을 위해 떠난 여행이 누군가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사람이 신발 깔창을 샀다는 것이 의아할 것이다. 글이란 집에 컴퓨터만 있으면 충분히 쓸 수 있고, 컴퓨터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어느 장소에서나 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떠난 이유는 나에게 걷는 것만큼 글을 잘 쓰게 해주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면 어느 지역으로 가는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걷는 것은 그 방향이 없다. 내가 가는 길이 그 방향이다. 그곳에서 괜찮은 식당이나 카페가 있을 수도 있고, 공원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막혔던 문장이 풀리게 된다. 이 상황이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아무 계획 없이 걷는 이유이다. 걷다가 햇빛이 강하면 그늘로 가서 땀을 식히며 잠시 여유를 갖는다. 그 장소가 괜찮으면 오늘 날씨에 맞는 음악을 한 곡 듣는다. 잠시의 휴식 이후 구름으로 해가 가려지면 다시 걷는다.


또 걷다가 앉기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앉아 주변을 구경하고, 하늘을 바라본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구름은 움직이니 그 풍경이 미세하게 계속 변한다. 그 미세한 차이를 보며, 좀 더 디테일한 문장을 생각해본다.



주변 건물을 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그렇게 걷다가 목이 마르면 카페로 간다. 어디 가나 카페가 있기 때문에 그저 걷다가 발견해서 들어가도 되고,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정해 방문하기도 한다. 카페가 모여있는 곳이라면 메뉴를 보고 나의 스타일에 맞는 커피를 파는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어떻게든 모든 장소가 나에게 글을 쓰는 공간이 된다.


글을 쓴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해는 짧아졌다. 푸른 하늘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하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커플,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 노부부 여러 모습을 바라본다. 평화롭다. 행복하다. 자유롭다. 긍정적인 감정이 충만해진다.


글을 쓰러 왔다기에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쓴 것 같으면서도, 1년 중 몇 주 밖에 즐길 수 없는 가을 날씨를 온전히 즐긴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느낀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작가'되어 가는 성장을 경험한다.




글을 쓰라고 다독이는 브런치



주된 여행 코스


총 걸은 거리와 시간


전주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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