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9월 _ CEO>
첫날에 대표님은 나에게 구체적인 기업분석의 방향성을 말했다. 구체적인 PER, PBR의 기준은 아니고, 사업의 방향성과 과거 펀더멘털이었다. 당부한 것 중 하나는 나에게 여러 경험의 필요성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여 통찰력을 기르라 하였다. 대표님께서 이 말을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업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대표님은 내가 어떤 기업을 조사해보겠다고 말하면 재무제표보다는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을 먼저 확인하고 나에게 질문했다.
‘김민수씨가 대표이고, 김수연씨가 딸이야?’
‘대표이사가 55년생인데, 아직 특수관계인이 이사 명단에 없네? 자식은 다른 일 하고 있는 거야?’
처음에는 이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IR담당자와 미팅이 10번을 넘어가면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 중 이런 식이 많다. 분명히 업황도 좋고, 실적이 잘 나와야 하는데 이익률이 너무 낮다. 그래서 하나씩 뜯어보면 대표이사나 특수관계인이 지분이 많은 회사에서 원재료를 받아오는 경우나 물류를 맡기는 경우 등이 있었다. 순수하게 회사로 들어와야 할 돈이 대표 및 그의 가족의 주머니로 가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런 이슈는 최근 ESG, 스튜어드십 코드로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상속 및 증여의 편법으로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는 많다. 증여를 하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세금 문제가 있다. 이 세금의 부담을 줄이는 가장 편한 방법은 주가를 하락이다. 기업은 IR활동을 자제하고, 기존보다 안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여 실적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킨다. 계약의 경우 고객사의 요구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 그 외에도 지분 상속을 위해서 사모펀드 50%, 자녀가 세운 법인 50%의 식으로 CB(전환사채)를 좋은 조건으로 발행을 하기도 한다. 명목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지만, 실상을 보면 CB를 통해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것은 상장은 했지만, 나의 회사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내 회사를 내 자식에게 준다는데 네가 뭐?’
이런 생각은 아래의 생각과 같다.
‘100명의 주주가 1만 원만 손해를 보면 내가 100만 원이 생깁니다.’
주주는 유능한 경영자가 현재 회사를 이끌어 가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대표의 아들이나 딸이다. 대표가 일군 사업을 자녀에게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업력도 없는 사람이 와서 경영을 한다는 것이 불만스럽다. 현재의 대표는 과거 대기업 IT개발자 1세대로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성장을 하여 기업을 상장을 시켰지만, 자식은 철학과 출신이고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라면 어느 주주가 반대를 하지 않을까? 물론 대표가 바뀌면서 기존에 보수적인 경영에서 개선하여 혁신적이게 잘할 수도 있다. 이 가능성과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상황은 최대주주가 연구개발 능력이 있어서 초기에만 CEO로 있다가 나중에 연구개발에 신경을 쓰고, 전문경영인을 둬서 회사의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연구의지가 크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욕심이 크지 않고 회사 발전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뒤로 돈을 빼돌리거나 지분 장난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에서 협업으로 지분투자를 희망하면 흔쾌히 진행할 회사이다. 마이크롬바이옴을 하는 B사 등 여러 회사가 있다.
사람을 보는 눈은 기업을 보는 눈과 다르지 않는다. 지분에서 꼼수를 부리는 회사는 사업에서는 더 큰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업에서의 꼼수는 주주에 대한 우롱이다. 이런 기업은 어쩌다 업황이 좋아서 실적이 잘 나와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고, 어떤 테마에 편승하여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기업가치의 훼손이 우려되는 회사를 우리는 처음으로 거르고 시작한다. 나는 이 것이 가치투자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안 좋은 사례 예시 '프로텍'
*안 좋은 사례 예시 '경동제약'
*좋은 사례 예시 '비피도'
*좋은 사례 예시 '세트렉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