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가끔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날이 있다. 친구랑 술을 마시다 막차를 놓쳐 첫 차가 올 때까지 마신 날이 아니고, 게임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열중했던 시간도 아니다. 문득 어떤 고민에 사로잡혀 걱정하고, 후회하며 의미 없게 시간이 지나면서 도달한 새벽이다. 다 털고 잠을 자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고민이 잠을 방해한다. 괜히 맘을 달래려 음악을 듣다 보면 이상하게 가사가 또렷하게 뇌리에 박히며 정신은 더 맑아진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이제 포기하는 마음으로 뜨는 해를 보고자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당시 나는 이 고민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중압감으로 정의했다. 중간고사, 대외활동 면접, 친구와의 틀어진 관계 등 다양한 생각이 커져 고민이 되어 나의 잠을 괴롭힌다고, 내가 이 일을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에 늦은 밤 잠을 자지 못하고 고통받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새벽이 익숙해질 때쯤 극심한 '외로움'의 감정을 맞이했다. 이젠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지할 때 맞이한 극도로 현실적인 감정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걷던 길 위에 많은 불이 켜진 식당 사이로 이제는 편의점만 영업하는 새벽, 다들 잠드는 새벽에 나 혼자 고통받고 있는 순간. 나를 괴롭히는 고민은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각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지만, 받을 수 없는 시간이기에 힘들었던 것이다. 나의 고민은 나의 약점이기 때문에 들키면 안된다는 생각과 누군가 노력할 시간에 이런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사치라고 치부했던 나의 안일함도 문제였다. 그냥 나는 '괜찮다'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이다. 고민을 지우려 들었던 노래는 이 말을 듣기 위한 노래였다. 그 당시 노래 가사가 더 또렷하게 들렸던 것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괜찮다'는 말을 해줬기 때문이다.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