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러 가는 길 _ 부산

한 해의 시작

by 이팔작가

부산은 20살 첫 해의 순간을 본 곳이며, 그 이후에도 종종 20살 초심을 찾기 위해 들렸다. 이런 경험이 쌓여 나이가 들어도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맘으로 나아갈 다짐을 하는 곳은 부산일 것 같다. '왜 부산일까?'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20살 때에는 그저 멀리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청춘과 낭만이 있을 것 같은 동네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식으로 회, 고기 고민할 필요 없이 좋은 식당이 있고 좋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이유는 없다. 단지 첫 시작이란 추억이 다시 오게끔 나를 이끄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부산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해운대에 앉아 그 당시에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적어도 목차는 잘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20대의 나의 다짐이 있는 곳이기에 뜨거웠던 그 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한편으로 20살 돈이 없어 먹지 못했던 음식을 이제는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설렘도 있었다. 겨울바다, 조용히 찰랑거리는 파도를 일으키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만의 타당한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부산에 가면 조용한 카페에서 과거를 차분히 돌이켜 보며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20대 나를 정리하는 글을 생각한 것은 군인 때 쓴 '안개꽃'을 다시 읽으면서였다. 지금 다시 보면 고칠 부분도 많고, 어느 문장은 너무 오글거린다. 단지, 내가 고치지 않고 발행한 이유는 다시 글을 쓴다면 그때보다 그 감정선을 더 잘 표현할 자신이 없다.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처럼 남겨두고 싶은 작품이 되어 이제는 나를 떠난 것이다. 그 당시 나의 최선이었고, 지금은 공개된 일기장이라 생각한다. 일기장을 고친다고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듯, 지금 내 글을 고친다고 그때의 감정이 치유되는 것은 아닐 거다. '안개꽃'은 언제나 부족한 나의 모습을 안고 가는 자세를 배운 게 아닐까? 미래의 내가 나를 본다면 부족한 나지만, 20대의 감정은 지금보다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 20대를 정리하는 글을 쓸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나의 20대를 담은 부산으로 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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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글이 많다. 버핏투자자문을 통해 나는 경험으로 배운걸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고, 20대의 나를 정리하는 글을 통해 혹시나 내 글을 읽는 20대 친구를 토닥여주고 싶다. 내가 글을 잘 써서 돈을 벌고 명예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는 나와 다르게 좀 더 현명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이니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쓰고자 한다.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기에 현재의 내가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내가 지금 있기에 부산에서 담담히 20대를 정리해본다. 글을 쓰면서 나를 반성하고, 어느 시점에는 그때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2년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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