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러 가는 길 _ 수원

by 이팔작가

22년 첫 여행은 주변 도시 중에 부담 없이 갈 수 있으며, 여행을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소. 예쁜 건물이 있고, 적당히 사람이 많아 그 인파 속에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곳. 운이 좋으면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수원 화성'을 택했다. '수원 화성'은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나는 40분 정도 되는 버스 안의 시간 속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처음에는 너무 오래 미뤄둔 '버핏투자자문'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온 고민이었고, 그다음에는 쓰고 싶은 '길 위에 선 20대' 의욕이 만들어낸 여러 주제였다. 그리고 내릴 때쯤 문득 든 생각은 "글 쓰는 게 누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KakaoTalk_20220410_102248763_03.jpg 화성 외곽


버스에 내려서 본 주변은 고즈넉했다. 기대했던 모습은 봄의 시작이었다면, 주변은 아직 초겨울 같이 적당히 스산한 바람이 불고 주변은 앙상한 나무와 나무 밑에는 젖은 낙엽이 있었다. 어르신은 두툼한 외투를 입고 걸어 다녔으며, 낮임에도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차 어둡고 차갑게 느껴졌다. 빈 공간, 겨울의 느낌 등 적당히 우울한 감정과 어울리는 상황은 '여행'의 느낌을 가렸다. 오히려 내리기 전 잠시 느꼈던 글쓰기에 대한 허망함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KakaoTalk_20220410_102248763_02.jpg 정조살롱 시그니쳐 메뉴 정조커피


주변을 잠시 돈 후, 근처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보통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썼지만, 오늘은 특별한 음료를 먹었다. 시작부터 부족했던 여행의 의미를 음료에서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달달한 음식으로 '글을 쓰는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며, '길 위에 선 20대 #3'를 썼다. 어떤 주제를 잡고, 어떻게 글을 쓸지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과거 나를 반성했던 순간을 곱씹었다. 글을 쓸수록 과거의 나는 참 못났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름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만족했다. 내면의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힘겹게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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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밖은 조금 맑아졌다. 아직 많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였지만, 그 사이에 조금이나마 파란색을 볼 수 있었다. 시작부터 꼬였다고 생각으로 울적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차 괜찮아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통해 글을 쓰는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나의 20대는 누가 보면 평범한 삶이었지만, 나의 내면에서 여러 물음이 있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의 여러 노력이 있었다. 답을 찾은 것도 있고, 답을 찾지 못해 스스로 답을 정하며 넘어간 것도 있다. 당시 답이라고 생각했던 게 살다 보니 오답인 적이 있었지만, 그보다 답을 잊어버리고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더 많았다.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어 답을 정리하지 않으면 또 잊어버린다. 툭 하고 나온 고치지 못한 어린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의 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부산'에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면, 이젠 나의 글을 통해 미뤄둔 20대의 일기를 쓰는 것 같다. '버핏투자자문'으로 힘겹게 고친 투자관을 잘 유지하고, '길 위에 선 20대'를 통해 당시 내가 찾은 답을 잊지 말고자 한다.


1/4분기 '수원 화성' 여행을 다녀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빠르게 가는 시간에 잠시 조급함도 느끼지만, 느긋한 마음을 유지하며 꾸준히 나의 20대를 잘 정리하여 30살부터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수원에서 봄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 속 벚꽃을 볼 시간은 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회 속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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