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선 20대 #8

어른

by 이팔작가

배부른 방황


직업을 가져도 방황은 계속되었다. 안락한 상황 속, 그저 이렇게 살아도 잘 사는 것 같았다. 회사 적응은 빨랐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 다니게 되었다. 성과에 따른 달라진 대우에 신이 나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을 하였고, 무척 예민한 상태로 퇴근하였다.

누가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스트레스를 갖고 퇴근을 하였지만, 바로 집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냥 집에 가기 싫었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잠들기 전 3~4시간의 시간을 뭐로 채워야 할지 몰랐다. 누군가 공부, 게임, 독서 등 여러 가지 취미로 그 시간을 보낸다지만, 스트레스가 가득 찬 내가 할 수 있는 건 멍하니 유튜브를 보는 것 밖에 없었다. 이 시간이 지속될수록 나는 무기력해졌고, 건강한 음식보다 편하고 쉽게 먹는 치킨, 피자 등에 길들여지게 되었다. 어느 순간이 되면서 방은 지저분해졌고, 빨래는 쌓여갔다. 30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을 계속 미루게 되는 상황과 이젠 너무나 불편해진 볼록한 배를 갖고 사는 삶이 반복되자 심각함을 느꼈다.



열등감


심각함을 느끼면서, 나의 현재의 상태와 감정을 생각했다. 나는 집을 공허하게 생각했고,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밖에선 나름 능력 있는 매니저/애널리스트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집에 오면 가면을 벗는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일에 대한 욕심은 열심히 일하게 나를 만들었지만, 쉬는 법은 가르치지 못했다. 나는 늘 조급하고 불안하게 뛰어가고 있었고, '쉰다'는 이유로 나약해지기 싫었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도 출근 전 영어학원을 다니고, 퇴근 후 헬스를 하는 삶을 살고 있었고, 인스타에 보면 늘 좋은 음식을 먹거나, 좋은 곳을 간 지인의 모습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늘 조급했고, 맘 편히 쉬지 못했다. 그저 열등감을 안고 살고 있었다.



어른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되었지만, 맘은 더 연약해졌다. 남과의 비교는 일상이었고, 뒤쳐지면 지금의 친구를 잃을 것 같았다. 부족한 부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렸고, 냉소적인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나를 높였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른이란 뭘까?, 아직 어른이 뭔지 배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유'였던 것 같다. 힘든 친구에게 소주 한잔 사줄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있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 있는 모습이다. 힘들 땐, 힘들 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모습. 홀로 있는 나를 잘 챙기며, 나의 가능 범위 내에서 남을 챙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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