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을 주로 타요
가깝거든요
그러다 분당선을 타야할 일이 생겼어요
10분은 더 걸리네요
가는 길에 10차선 도로가 있어요
아침 도로는 항상 차로 가득차 있죠
매번 다들 어딜 그리 가시나
다들 왜 그리 바쁘시나
생각하면서 지나쳐요
보통 제 시야는 아웃포커싱되어있어요
횡단보도, 신호등, 발 밑 보도블럭에는 초점이 잡힐까
다른 것들은 신경 안쓰죠
매일 다를거 없잖아요
내가 무사히 저 편에 도착만 하면 되잖아요
아 그렇죠
귀에 꽂혀있는 에어팟을 잊었네요
분명 한국말이 들리는데 그 또한 의식하지 않아서 풍경처럼 지나갈 뿐이에요
정작 집중하고 싶을땐 안되고
이럴땐 귀에 소리를 바로 넣어줘도 하나도 머리로 안들어오다니
이틀 전인가,
그 도로에 차가 거의 없더라고요
매일 봐서 더 낯설었나
내가 출근하고 있으니 휴일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갑자기 눈에 들어왔어요
이 모든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진 시원한 공간
왕복 10차선이 비어있으니 공간감이 여느 광장 못지 않아요
도로 폭이 넓다가 좁게 뻗어나가니 차가 없어도 속도감이 있어요
그 옆 갈색 자전거 도로
그 옆 넓직한 인도
경계를 지어주는 초록 식물들
이렇게 나무가 많은지 몰랐어요
섭섭지 않게 하나 둘 길을 채운 사람들
벤치에 앉아서 나를 보는 강아지
이것들이 광각으로 눈에 찍히는 날
이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어요
마침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데
이 장면을 기억하라고
새겨주는 느낌이었어요
이날도 에어팟도 꼈는데 배터리가 0%네요
귀찮아서 벗지 않았는데
노이즈캔슬링 효과인지
그냥 귀마개 효과인지
소음들을 없애줘서 더 생경한 장면이 만들어졌어요
저 지하철 입구를 내려가면
몇 정거장 지나가면
온통 사람에
온통 경적에
그저 후끈함만 느껴질텐데 생각이 드니
바람이라도 더 맞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옆 벤치에 앉아서
음.. 안되겠어요
출근 시간이 정해져있어서는 아니에요
그저 그 장면에
셔츠를 입고 구두는 신고 검은 백팩을 맨 사람이 끼어들면
너무 현실 같잖아요
사람들이 날 관찰하는 순간
좋은 것들이 마구 중첩된 이 상태가 깨져버리는거죠
사실 멋지다 라고 되내일 겨를도 없었어요
저는 걸음이 꽤나 빠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