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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묵돌 Aug 28. 2019

습작

아흔번째

‘마포대교의 자살률은 나날이 증가했고……’     


결국 이듬해 서울시청은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자살방지를 위한 새로운 문장들을 준비 했습니다     


기존의 와 닿지 않는 내용을 개선하고     


서울시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시청은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발표됐다     


자살대책이랍시고 등장한 그 글은     


어느 날 지나는 한강다리에서 볼 수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부디 살아남아 주세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죽지 마세요”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죠”     


“우리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어요”     


“물론 희생해야하는 것도 많습니다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당신은”     


“우린 정말이지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장은 무의미한 존재처럼 느껴지겠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아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도 있겠죠”     


“높고 위대한 건물을 쌓아올릴 수도 있고”     


“밤새 편의점의 불빛을 지킬 수도 있고”     


“새벽시간 누군가의 발이 돼줄 수도 있고”     


“지저분한 길을 깨끗하게 치울 수도 있으며”     


“울며 보채는 아이를 돌봐줄 수도 있겠죠”     


“그저 특별한 나를 위해서”     


“살아주세요”     


“당신은”     


“오직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죠”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같이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지는 이유는 바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이 남긴 말이었다.     


시민 공모를 통해 다시 결정된 그 글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전혀 모른 채     


오늘도 심금 울리는 문장을 회의하고 있다          



<생명의 다리>, 2019. 8




<돌아가는 길>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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