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욕을 해라 욕을
올해 들어 난 장편소설을 하나, 에세이를 두 편 작업했다. 그와중에 틈틈이 써올린 칼럼, 수필, 단편은 100편이 넘는다.
단편 분량은 최소 1000자 내외에서 수천 자, 길게는 10000자까지 나온다. 논문이나 자소서를 한 번이라도 써봤거나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놀고 먹으면서 쓸 수 없는 분량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놓은 분량으로만 따졌을 때 나보다 많이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과장 아주 조금 보태서 난 이번 연도에만 70만자쯤은 썼다.
또 눈치 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재부터 전개방식, 문체, 어휘, 화자까지 매번 새로운 시도를 꼭 하나씩은 한다. 지루하지 않게, 가능한 다채로운 글을 써올리려 애쓰는 편이다.
물론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반드시 눈에 띄는 발전이 뒤따라오는 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미미할 수 있다. 때문에 글 읽는 독자 입장에선 글이 별로다, 발전하는 모습이 없다, 뭐 이런 말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으르다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은 느낌이 다르다. 막말로 누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꿰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노력의 기준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렴 사람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걸로밖에 판단할 수 없는 동물이다. 나도 게으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서 항상 뭐라도 써올리는데, SNS 특성상 글의 소재며 길이에 따라 어떤 글은 수십만 명에게 보여지는 한편 어떤 글은 몇 만 명에게 조차 미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글의 가치라는 것이 좋아요나 댓글 및 공유 수로만 결정되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떤 글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적어도 끝까지 읽은 사람들에게선 밀도있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런 건 그저 가치의 형태가 다를 뿐 어느 쪽이 더 훌륭하다 단정지을 순 없다.
단지 안타까운 건 이거다. 알게 모르게 쓴 글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일주일에 한두번 글쓰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론 매일 쓰고 있고, 단편 역시 일주일에 네다섯편은 올라가는데.
예컨대 내가 <반송함>이나 <시간과 장의사>, <고양이 키우기>와 <선녀와 나무꾼> 을 쓴 건 알아도, <비가 올 땐 무슨 생각을 하나요?>, <수원 일가족 투신자살 사건의 전말>, <동백꽃 질 무렵>, <무정> 같은 글을 썼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거야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단 휘발성이 강한 플랫폼 자체의 문제다.
내가 쓰는 글 중엔 당신 마음에 드는 글도 있겠지만, 도저히 못 봐주겠다 싶은 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애초에 모두의 입맛에 맞는 글이란 없다. 설사 있다고 한들 매일 똑같은 걸 쓸 마음도 없다. 모든 글의 가치를 알아달라는 말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오만하기까지 하다.
다만 노력을 안 한다거나, 최소한 게으르다는 말은 안했음 한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노력이라고 해서 노력이 아닌 건 아니지 않느냐고. 내 글쓰는 시간을 몽땅 스트리밍으로 방송해야만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라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