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묵돌 Sep 10. 2019

습작

아흔여덟번째

 “오늘 오전 열한 시,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됐습니다. 대통령은 새 정부출범과 더불어 핵심공약이었던 청년 일자리 창출, 재분배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와 공정한 민주사회 실현 등을 재확인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를 비롯한 중심기관들의 대승적 협조와 국민적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화면이 전환된다. 카메라가 대통령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확충할 것입니다. 이로써 젊은 세대가 국가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에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     


(역삼역 인근에 있는 사무실. 하늘높이 뻗은 유리건물의 십칠 층에 위치해있다. 대표이사는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사원처럼 보이는 젊은이 한 명이 책상 맞은편에 서서 대표이사의 말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아무튼 뿌리긴 해야 하는 돈이야. 까딱 잘못 쓰면 횡령이라니까” 대표이사는 집게손가락으로 금방 훑어본 서류를 툭툭 튕겼다. “그런데 이게 참 그래. 추경예산이 수천억씩 집행이 되면 뭘 하나? 확실히 우리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회사이기는 한데”


 “검토하신 서류대로 집행할까요? 컨펌 해주시면 내일이라도 예산납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사원이 물었다.


 “아니. 여기 봐봐.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는 빼버려. 아, 이 회사도 빼. 뭐 이런 터무니없는 회사를 뽑아놨어? 여기가 무슨 창업 동아리야?” 대표이사가 서류에 있는 기업목록 가운데 몇 개를 짚으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납입은 내일 할까요?”


 “내일은 무슨! 우리가 투자사지 자선사업체야? 이런 회사들한테 돈을 막 뿌리게?”


 “그럼 납입일은 언제로……”


 “날짜를 꼭 정해야해?”


 “그런 건 아닙니다. 가이드라인에는 일 년 내 반드시 집행해야한다고만 돼있습니다”


 “그럼 성과를 보고 해야지. 일단 이달 말쯤 해서 예산을 3할 정도만 미리 줘. 그리고 성과보고서 작성해서 매달 제출하게 하라고. 아, 예산집행 내역이랑 향후 계획도. 지난 번 정부사업 유치 때 썼던 양식 그대로 쓰면 될 거야. 그거 제출하는 거 보고 반 년 뒤에 어디에 얼마를 더 줄지 결정한다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애들이 아득바득 일을 할 거 아냐. 요즘 젊은 놈들은 돈을 미리 다 주면 쓰기 바빠서 일을 안 한다고. 그래놓고 결과물을 보면 세상 쓸데없는 일들만 잔뜩 벌려놨어. 이게 말이 돼? 악착같이 달라붙어야 겨우 직원들 입에 풀칠할 마당인데. 돈은 돈대로 바라면서 책임감이라는 게 없다니까. 매출도 거의 안 나오는 놈들한테 돈을 뿌려서 뭐해? 다른 게 아니라 그런 게 바로 눈 먼 돈이라고”


 “예” 사원이 대답했다.


 “중소기업 키우고, 스타트업 장려하고, 젊은이들 일자리 만들고, 뭐 그런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 꼴 정도는 만들고 와서 ‘돈 좀 주십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이 많은 회사 중에 손익분기점 넘은 곳이 두 곳 밖에 없냐고. 정책을 아무리 좋게 해줘야 뭐하나? 요즘 젊은이들 창업한 거 보면 하나같이 속 빈 강정이고, 쭉정이들뿐인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니까? 아, 어디 보자. 잠깐 확인할 게 있는데. 여기 회사들 대표자 이력 정리된 게 있나?”


 “예. 어제 대표님 메일로 공유드렸습니다”


 “그래. 여기 있네. 방금 찾았어” 대표이사는 마우스를 몇 번 똑딱거리면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야이 씨, 이거 봐라. 이거 봐. 내 이거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예?” 사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류에 오류가 있습니까?


 “아, 차라리 오류였으면 좋겠어, 나도. 어떻게 대표자들 학력이, 이름 들어본 대학 출신이 거의 없어! 손익분기점 넘은 두 군데가 그나마 나은 수준이고. 여기도 나 때는 명문대 축에도 안 껴주는 곳이었는데. 하, 이런 말 하는 나도 참 시대에 뒤떨어진 거 같기는 한데 말이야”


 “……아닙니다” 사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속으로는 꼰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정부예산 뿌리는 데 학력이나 따지고 있으니까” 대표이사가 이죽거리듯 말했다.


 “그런 건 정말 아닙니다”


 “그래도 별 수 없어. 회사라는 걸 굴려보면 좀 알겠지만, 대표자 학력이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괜찮은 인재도 주변에서 구할 수가 있고, 들어오는 직원들도 존경심을 갖고 일한다고. 멍청한 놈들이 사업한다고 설치면 꼭 멍청한 사람들만 붙는 법이고. 아, 이건 뭐야?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해서 창업을 했다고? 여긴 왜 뽑았어?”


 “그게, 투자대상 기업 선정 가이드라인에 써져있습니다. 고졸 창업자가 대표인 경우는 우대조건이고, 나중에 투자보고서 작성할 때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아오, 뭐가 기준이 그래? 지랄 났네, 지랄 났어. 그럼 빼지 말고 요령을 좀 부려봐. 최소 기준에 딱 걸친 금액만 주리고. 투자해달라고 한 만큼 주지 말고. 돈을 그냥 허공에 날리면 안 될 것 아냐? 대부분 정부예산이라지만 우리가 출자하는 비율도 있으니까. 걔네한테 줄 돈 빼서 아까 그 손익분기 넘은 애들한테 더 줘버려. 그쪽이 조금이라도 회수가능성이 있지”


 “알겠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멍청하게 예산을 써도, 우리라도 좀 효율적으로 분배를 해줘야지. 이게 다 국민들 혈세인데. 사람들이 정부 돈은 다 눈 먼 돈이라고 함부로 쓴다니까? 장려정책도 좀 수익성을 보고, 사업성을 보고 합리적으로 해야 할 거 아니야. 일단 막 퍼주고 보는 건 투자라고 볼 수 없어…… 참, 이건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네. 실업계 출신주제에 무슨 자신감으로 삼 억 씩이나 투자해달라는 거야? 어휴, 가서 일봐”


 대표이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원은 짧게 목례한 다음 뒤돌아 나왔다.      


 그 해 국회가 ‘청년창업 생태계 육성 및 벤처기업 일자리 창출 장려’에 편성한 수천억 원 중 대부분이 관련 기관 또는 민간 투자재단에게 위탁됐다. 다만 해당 예산이 모두 분배되는 데는 삼 년이 넘게 걸렸다. 그나마도 정부부서에서 예산집행을 독촉하는 공문을 네다섯 차례나 보낸 뒤에야 마무리됐다.


 한편 이 건에 대한 예산운용내역 및 실적보고서가 문제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권교체와 함께 이전 정권에서의 핵심정책들 대부분이 파기되거나 전면적인 수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     


 “이쪽이 훨씬 낫네” 화면을 쳐다보던 팀장이 운을 뗐다. “이걸로 하자. 지난 번 그 디자이너는 너무 일을 대충했어. 그런 실력을 갖고 어떻게 외주로 벌어먹는지 궁금할 정도였다니까”


 “네. 제가 보기에도 그랬어요” 뒤에 서있던 직원이 말을 거들었다.


 “사업보고서류는 이걸로 충분해. 여기 올려놓은 마지막 파일로 제출하면 될 거야. 물론 개선할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이젠 시간여유가 거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더 잘 해야죠. 디자인 더 잘하는 외주 팀을 찾아볼게요”


 “어, 그러자…… 그냥 누구 안 맡기고 우리가 만들면 좋을 텐데. 너나 나나 디자인은 잘 못해서 아쉽네. 그럴 시간도 없긴 하지만” 팀장이 앉아있던 의자바퀴를 뒤로 쭉 빼면서 말했다. “인턴 뽑는 건 좀 어때? 아까 보니까 이력서가 꽤 쌓였던데. 쓸 만한 친구 있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골치가 많이 아파요. 말도 안 되는 이력서도 많고, 이것저것 써놓은 게 많아도 실무랑 도움 되는 건 거의 없더라고요. 졸업예정인 대학생도 많고……”


 “그럼 그냥 똑 부러지는 애를 뽑아. 대학 잘 나온 친구로다가. 어차피 인턴을 뽑긴 뽑아야 되니까”


 “그나마도 거의 없어요. 있다 치면 전공이 완전 깨거나 그렇죠”


 “뭐, 애초에 스펙이 좋은 애들은 스타트업 인턴 같은 게 아니라 대기업에 정직원으로 가니까. 어느 정도는 당연한 거야. 그나마 우리 회사쯤 되니까 그 정도 스트레스에서 멈추는 거지…… 내가 왜 너한테 한 번 봐달라고 했는지 알겠지?”


 “네…… 엄청 힘드네요. 사람 뽑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직원은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힘 빠지는 일이지. 서류도 많고. 그래도 인턴 몇 명 들어오면 좀 더 네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거야. 책임감은 갖되 너무 큰 부담은 느낄 필요 없어. 어차피 월급 절반은 나라에서 지원해준다잖아. 졸업예정 대학생이라도 반값에 인턴으로 쓸 수 있으면 좋지. 그야 반값일 때 얘기지만”


 “조만간 온다는 그 친구도 졸업 예정 아니에요?”


 “아, 그 친구는 어쩔 수 없었어. 기관장 추천서 낸 친구들 중에 적어도 한 명은 뽑아야 해서. 그래야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거든. 벤처기업 창업 장려 뭐시긴가, 거기에 무슨 조건으로 채용한 직원이 몇 명 있어야한다고 기준이 있어가지고”


 “아하, 그랬던 거구나. 전 그 스펙으로 어떻게 왔나 싶었죠. 팀장님 학벌 엄청 보시는 거 저도 아니까. 되게 의외다 싶었는데”


 “하하, 이런 건 행정적인 부분이니까 유연하게 받아들여야지. 어차피 이 년짜리 계약직이거든. 반 년 뒤에는 아무 문제없이 내보낼 수 있고…… 반년동안 최소월급 주고 몇 억 지원금 받는 거면 몇 배는 이득이라 이거지. 나도 처음엔 좀 그랬는데, 대표님 말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와, 너무 잔인한데요”


 “어쩔 수 없잖아. 우리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되는 입장이니까”


 “전형적인 전시용행정이네요. 우리가 말하긴 좀 뭣하지만” 직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하긴, 정부가 좀 더 똑똑하게 세금을 썼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내 말이” 팀장이 말했다.     


-     


 “……다음 뉴스입니다. 파지를 모아 생업을 이어가는 독거노인의 모습. 이제는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닐 텐데요. 이런 독거노인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대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뉴스 화면이 아나운서에서 취재영상으로 전환된다. 보통 체격의 대학생 네 명이 리어카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이내 리포터가 다가가 맨 앞의 안경 쓴 학생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리포터가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안경 쓴 남학생이 대답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저희는……” 남학생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저는 OO대학교 창업동아리 회장 김석배라고 합니다. 저희 동아리는 지난 해 말 창립된 이후로 독거노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와서, 이걸 사회적 기업모델로 정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아, 그건, 저, 아니, 저희는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리어카를 새로 만들어드리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들이 나이가 많으셔서 무릎관절이나 허리가 아프신 경우가 대부분인데, 리어카가 많이 낡아서 이동하시기가 힘드시거든요. 그런데 마침 사회적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길래, 사업계획서와 새로 만들 리어카 설계도 같은 것들을 같이 보내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별로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사업지원금을 지원받게 됐어요. 그걸 바탕으로 주문제작한 새 리어카를 혼자 사는 할머니께 기부한 것입니다”


 “와, 할머니가 엄청 고마워 하셨겠어요”


 “네, 뭐…… 저희한테는 진짜 친할머니 같은 존재세요. 할머니도 손자처럼 대해주시고요”     


(화면이 바뀐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얼굴 아래로 ‘OO구청장 김종관’이라는 텍스트 박스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저희 OO구에서 진행한 사업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OO구의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더욱 우수한 아이디어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후한 목소리였다.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리포터는 OO구청장과의 인터뷰를 짧은 인사와 함께 마무리했다.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반영된 모범적 사례입니다. 특히 OO구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학생과 같이 사회혁신에 앞장선 청년들, 특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 학생들에게 유망 스타트업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다각도로 실험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대학가 인근에 있는 전통주점이다. OO대 창업동아리 소속의 남학생 네 명이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그나저나 취업 축하해, 형. 그 회사 요즘 엄청 잘 나간다던데.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 시작하는 거잖아” 후배 남학생은 정말이지 부럽다는 듯 이야기했다. “근데 정말 형이 받은 추천서가 세긴 센가봐. 거기 스타트업치고 학벌 엄청 본다던데. 아는 선배들도 이력서 넣는 족족 떨어졌대. 학점도 완전 좋았다던데 면접까지도 못 갔다고”


 “뭘, 다 너희들이 도와준 덕분이지” 안경 쓴 남학생이 퍽 멋쩍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오늘 실컷 먹어. 안주로 닭도리탕 시켜도 돼. 동아리 지원금이 나와서 회식비로 오십만 원은 쓰라더라. 오늘 안 쓰면 날아가는 돈이니까 원 없이 먹어”


 “와, 오십만 원이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했다. “그 돈이면 그 할머니한테 전기장판도 사줄 수 있겠는데…… 더운 건 괜찮은데 겨울에 추워서 너무 힘들다고 하셨잖아”


 “넌 또 무슨 개떡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직도 현실직시를 못해?” 안경 쓴 남학생은 다소 격앙돼서 말했다.


“야. 예산이 뭔지 몰라? 정부가 천만 원 주는 건 리어카 만드는데 천만 원 다 쓰라는 게 아냐.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밥도 먹고, 차비도 하고, 인건비까지 치라고 그만큼 주는 거라고. 그렇게 치면 이만큼 값싼 노동력이 어디 있냐? 이렇게 먹어도 우린 호구나 다름없다니까. 게다가 회식비는 정말 우리 먹으라고 학교가 준 돈인데, 그걸 사적으로 쓰면 그거야말로 횡령이지. 안 그래? 돈은 주는 사람이 쓰라는데 써야 되는 거야”


 “아니, 나는 그냥…… 그 할머니는 오늘도 대충 때우실 거 아냐. 그게 생각이 나서”


 “아, 그 할머니랑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같냐? 우린 대학생이고, 그 할머니는 독거노인이고. 자식들도 다 연락이 안 된다는데, 우리가 잠깐 간 것도 엄청 좋으셨을 걸. 거기에 새 리어카도 공짜로 받았는데, 넌 대체 뭐가 불만인 거냐?” 안경 쓴 남학생이 대놓고 핀잔을 줬다. 맞은편 남학생은 풀이 죽은 채 대꾸했다.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야, 오히려 너같이 값싼 연민으로 접근하는 게 더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도 있어. 그 할머니의 남은 인생을 네가 다 책임질 수 있어? 제발 너 자신한테 너무 높은 기준을 매기지마. 니가 이 세상 사람들을 전부 책임질 수 없다니까?”


 “맞는 말이야”


 “씨발, 알았으면 한 잔 마셔! 오늘은 실컷 처마시고 죽자. 이런 날 안 마시면 대체 언제 마시겠냐?” 안경 쓴 남학생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술병들이 갖다 놓였다. 머잖아 술자리가 무르익었다.


 “짠―!”


 학생들이 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전시상황 대처요령>, 2019. 9




<리바이어던>




-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아래 링크에서 이 글과 그림을 구매하거나, 혹은 다음의 작업물을 미리 예약함으로써 이 활동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더 오랫동안 쓰고 그릴 수 있게끔 작업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자 분께는 오직 하나 뿐인 글과 그림을 보내 드립니다.


이 글과 그림 구매하기

http://bit.ly/2kttiLV





매거진의 이전글 습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