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이별에 관한 기록 (25)

12월 15일

by 이묵돌

12월 15일.


정오 무렵에 깼다. 커피를 사고 나서 동네를 잠깐 걸었다. 날씨도 마주치는 눈빛들도 하나같이 누르죽죽하다.


저녁까지 줄곧 게임만 했다. 대체 어쩌려고? 어쩔 수 있었다면 화면 따위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떼면 혼자밖에 남지 않는다.


부러 저녁 약속을 잡았다. 역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나는 오줌이 마려웠던 개처럼…… 아주 게걸스러운 태도로 대화를 했다. 이거 너무 나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도 멈출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문 닫을 시간이 됐다. 괜히 겸연쩍어서 “너무 저만 이야기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 “원래 듣는 걸 좋아해서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심인 것 같았다. 나라도 그렇게 대답했겠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에 밤 아홉 시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알고 보면 마취에 불과했다. 마주한다고 맞서 싸운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도망치고 외면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데 그친다. 모든 게 그렇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을 하는 것도, 염병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이나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것까지. 내 감각을 깡그리 죽이고 얼버무리는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난로에서 나오는 붉은 불빛 때문에, 나는 추워도 따뜻하다고 믿는다.





KakaoTalk_20201217_223145281.jpg pierre bon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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