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12월 15일.
정오 무렵에 깼다. 커피를 사고 나서 동네를 잠깐 걸었다. 날씨도 마주치는 눈빛들도 하나같이 누르죽죽하다.
저녁까지 줄곧 게임만 했다. 대체 어쩌려고? 어쩔 수 있었다면 화면 따위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떼면 혼자밖에 남지 않는다.
부러 저녁 약속을 잡았다. 역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나는 오줌이 마려웠던 개처럼…… 아주 게걸스러운 태도로 대화를 했다. 이거 너무 나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도 멈출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문 닫을 시간이 됐다. 괜히 겸연쩍어서 “너무 저만 이야기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 “원래 듣는 걸 좋아해서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심인 것 같았다. 나라도 그렇게 대답했겠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에 밤 아홉 시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알고 보면 마취에 불과했다. 마주한다고 맞서 싸운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도망치고 외면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데 그친다. 모든 게 그렇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을 하는 것도, 염병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이나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것까지. 내 감각을 깡그리 죽이고 얼버무리는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난로에서 나오는 붉은 불빛 때문에, 나는 추워도 따뜻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