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12월 20일.
오전 열 시 반에 일어났다. 시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조금은 긍정적이다.
아침으로 카페에서 사온 샌드위치, 커피, 남은 고구마를 조금씩 먹었다. 먹어 버릇하니 또 먹는 게 늘었다.
서연이에게서 단편 그림이 왔다. 써둔 단편은 두세 편이 더 남았고, 시간이 걸릴지언정 이미 쓰인 단편들에 대해서는 전부 작업하기로 이야기해둔 차였다. 일기가 아닌 글을 오랜만에 업로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니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밤에는 치킨 반 마리를 시켰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같이 먹었는데 역시 반 밖에 먹지 못했다. 중계방송은 지루했다. 다 보지 못하고 TV를 꺼버렸다. 소파에 기대 책을 읽다가,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다. 하는 수 없이 할 일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의 몇 년 동안, 평일에 해야 할 일들의 절반이상을 월요일에 처리했다. 택배를 부치거나, 은행 업무를 보거나, 관공서에 꼭 방문해야하는 민원사무 같은 것들은 꼭 주말에만 떠오르곤 했다. 좀 미리미리 해두면 좋았을 텐데. 일을 묵히고 묵히다가 못내 마지막까지 쫓긴다. 쫓겨야만 사는 인간. 바삐 도망칠 때는 도망치는 이유도 모른다.
이 날 밤에는 처음부터 수면제를 두 알 먹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세 시까지 책을 읽었다. 이러다가 정말 약쟁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약이든 사람이든, 하여간 어디에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내가 증오스럽다. 내가 자란 임대아파트 동쪽 벽면에는 담쟁이가 삼 층 높이까지 무성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