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이별에 관한 기록 (35)

12월 25일

by 이묵돌

12월 25일.


오전 여섯 시에 눈을 떴다. 다시 잠들겠다고 한 시간을 넘게 뒤척거리다 일어났다.


연말. 공휴일. 이른 오전. 코로나. 우중충한 날씨까지. 뭘 해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좋은 소식은 하나 있다. 두 달 전 글쓰기 특강을 진행했던 대학에서, 다음 달 중순쯤에도 강연을 해줄 수 있을지를 메일로 물어왔다. 일도 없고 일정도 없는 시기이므로 기꺼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읽기 시작했다. 오전 열 시가 됐다. 식당 몇 곳은 지금쯤 문을 열었을 것이다. 역시 배가 고프진 않았으나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었다. 집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이제는 배가 부른 기분이 싫다.


그 뒤로는 쭉 집에만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나는 서연이에게 ‘집에 있는 내내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주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있다. 누가 누구한테 지적을 한단 말인가. 그건 내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해도 될 일이었다.


이렇게 지루한 크리스마스는 또 처음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면, 특별히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따분해하는 것 같다. 과거에 떠났던 여행사진, 자그마한 사이즈의 크리스마스 트리, 별 뜻 없이 보고 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들을 찍어 올린다. 그런 것들로라도 나를 달래야 하는 시기다.


너무 조용한 것 같아서 음악을 틀었다. 왠지 가사가 있는 노래는 싫어서 피아노연주곡을 들었다. 왜인지 나는 여태 쇼팽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람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폴란드 사람이었다. 하여간 성탄절에 소파에 홀로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다니…… 괜히 우아한 체 하는 것 같다. 교양이 아예 없는 건 싫지만, 대놓고 그런 척하는 것에는 두드러기가 난다. 뭐가 됐든 애매하게 배우면 이렇다. 약을 두 알 먹고 드러누웠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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