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12월 28일.
오전 아홉시에 눈을 떴다.
정오인지 오후인지 식사를 잔뜩 한것 같은데, 당최 뭘 먹었는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장이 뒤틀려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서 헛구역질을 몇 번 했다.
컴퓨터에 남아있는 파일들을 지우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어서 하는 행동일까?
체기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산책을 다녀왔다. 돌부리에 걸려서 두 번이나 발목을 삐었다. 다행히 어딘가 다치진 않은 것 같다. 몸을 다치는 건 가급적 피해야한다. 아무도 내가 있는 곳을 모르기 때문에.
마른 수건이 없어서 빨래를 돌리고 널었다. 작다고 생각했던 건조대가 어느새 커졌다. 수건과 속옷과 양말 같은 것들을 모두 늘어놓고도 몇 뼘의 공간이 남았다. 예전에는 ‘결핍보다는 과잉이 낫다’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다녔는데. 이제는 너무 비어있는 공간들이 폐부를 찔렀다. 점차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별로 인해 지옥에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은 어제까지의 나이고,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옥에 있었다는 생각이 돌연 들었다. 뒤늦게 눈이 뜨인 것이다. 나는 목이 이미 잘린 줄도 모르고 몇 년을 더 살았다.
어쨌거나 더 이상 음울한 서술은 그만두기로 하자. 몇몇 사람들은 나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의무적으로 글을 읽는다…… 서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읽는 이들이 너무 슬프지 않게끔 가려 쓰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씹지도 않은 하루를 삼켜서 속이 내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