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낭비하는 일요일
나는 오래된 영화의 중고 DVD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 중 하나인데, 원래도 상태가 안좋았던 것이―중고샵에서 이미 ‘중’상태로 팔리던 것이었다―대여섯 번쯤 돌려보니 중후반부 화면이 뚝뚝 부러지고 난리가 났다. 보는데 분명히 지장이 있는 수준이지만, 이제는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상관없어졌다. 나는 중고 DVD의 ‘중고인 부분’을 특히 좋아한다.
“그녀는 가짜야…… 그렇지만 진짜 가짜기도 하지She’s real phony.”
대체로 ‘오드리 햅번’이라고 하면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또 그 아름다운 삶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일종의 약속처럼 되어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녀는 실감나는 가짜를 연기한다. 그녀만이 아니라, 영화의 모두가 거짓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들의 몸부림. 요란한 침묵과 소리 없는 아우성.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 보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