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성

9. 혼자 지내는 목요일

by 이묵돌


삶 자체에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 별 다를 바 없는 일을 처리하는 것은 지루하지만 어느쯤은 생존에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삶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주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쉬운 건 돈을 쓰는 것이다.

지난해 할부로 구입했던 HomePod mini가 도착했을 때, 나는 급작스레 삶에 대한 흥미가 샘솟아서 부끄러울 정도였다. 딴엔 인생에 관해 아주 깊이있는 회의를 갖고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전자기기가 생긴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즐거워하는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졌다.

TV와 스피커를 연결하는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뭐랄까, 시작은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새로 산 스피커로 듣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이래저래 시도해보니 거실과 방을 각각의 스테레오 스피커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거실에 서있으면 노라 존스가 안방에서 나 몰래 라이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들어가면,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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