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외출할 것

10. 대낮이 선선한 금요일

by 이묵돌

기분좋게 바쁜 날들이 있다. 가령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하면, 많은 경우 타인의 기대나 요구를 따라야하는 상황의 연속을 말한다.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 혼자 바빴던 날에는, 어디론가 짧은 여행을 다녀온듯 산뜻한 피로가 남는다.

이른 오전부터, 은근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던 TV를 벽에다 걸고 나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공구로 벽을 뚫고 선반까지 설치했다. 나사못이 짧아 집앞 철물점에 두 번 다녀왔다. 오는 길에 손바닥만한 빵과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와서 , 완전히 자리를 잡은 선반을 보며 먹고 마셨다.

머잖아 급히 글을 좀 써달라는 연락이 왔다. 오후 네 시 반까지 해줄 수 있냐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다 쓰고 나오자 네 시였다. 지금 보니 선반이 예쁘긴 한데 뭔가 허전하네, 싶어서 화분을 보러갔다. 왔다갔다 차가 막혔지만 근처 농원에서 작고 예쁜 몬스테라 화분을 하나 구해왔다. 좀 쉬다가 저녁에는 간짜장을 먹고 왔다. 모르던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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