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칙칙하고 출출한 토요일
출판사 관계자와 주말에 미팅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희미해서 상관없지만. 구태여 출근하지 않는 날까지 써가며 내 글에 관심을 보여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레몬차를 얻어마시며 출판 일정에 관해 대화했다. 4월에 새 수필집을 낸다는 가정하에, 마감을 끝낸 소설집이 3월에 나오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유의 계획들은 일찌감치 잡은 일정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일자가 잡히니 한결 의욕이 샘솟는다.
상도동으로 이동해 중고거래를 했다. 저렴한 2.1채널 사운드바를 찾다 좋은 모델을 발견했다. 출시된지 5년쯤 지나긴 했지만 상태가 양호했고, 신품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 가격이었다.
집에 돌아와 한 숨 돌린 다음 스피커를 설치했다. 시험삼아 베토벤을 틀어보았는데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베이스가 대단했다. 그러다 문득 순대국이 먹고 싶어져서, 단골집에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며칠 전에 바뀐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