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쩔 도리 없는 일요일
'최선을 다하면 최고의 결과가 뒤따라 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 명제는 확실한 참은 아니다. 기왕 일할 거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좋은 사회적 약속 같은 것이다. 여기에는 유감이 없다. 그렇지만 이걸 이리저리 주물러서 '결과적으로 최고가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라는 논리로 이어질 때, 나는 나의 정체성 자체를 변호해야한다.
대충 해도 어떻게 잘 풀리는 경우가 있고, 최선을 다해도 형편없는 결과를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 반 년간의 작업이 그랬다. 지지부진했던 게임 시나리오 작업 등에서, 나는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부족하고, 어설프고, 철이 없었던 것인데. 사회에서는'거짓말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저도 제가 할 수 있을 줄 알았고, 그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어요'' 같은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게을렀으며, 분수에 맞지 않게 많은 일을 맡았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더 이상 빚을 늘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