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쓰기 싫은 월요일
고백컨대 어떤 하루는 일기를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별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쓸만한 건덕지가 없이 느껴진다.
이것이야말로 일기쓰는 습관을 들이는데는 주적이라 할만하다. 인생은 매일같이, 글쓰기에 적합한 테마로 흘러가주지 않는다. 특수한 감흥이 동네사람 마실오듯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록이라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동어반복에 대한 거부감과 발맞추게 된다. 똑같은 문장을 반복하는데서 의미를 찾지 못할 때. 나는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까먹은 척 하는 버릇이 있다. 재료가 무르익을 때까지 요리하는 것을 포기해버린다. 세간에서는 이걸더러 게으르다고 표현한다. 달리 변명할 말이 없는 주장이다. '난 말이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신중할 뿐이라고' 같은 말을 해봤자 어딘가 좀스러워 보일 뿐이다.
하기야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아무리 쓰잘데기 없었던 날이더라도 뭔가 쓸 수 있었어야지. 그렇다면 좋다. 자정쯤 서울로 돌아오는 도로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