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잼과 땅콩버터

19. 먹고 쓴 일요일

by 이묵돌



나는 글쓰기가 엑셀 정리며 화물 운반 같은 일과 비교해 더 세련됐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 복잡하거나 고차원적이지도 않다. 다만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집청소를 예로 들자. 이런 일들은 늘 일정수준 이상으로 고되다. 대신 '열심히' '오래' 할수록 눈에 보이는 변화와 성과가 느껴진다. 결과값이 등속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진척수준이며 일정 따위를 계산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글쓰기 같은 일은, 이를테면 시드가 불안정한 야동 토렌트 같은 것이다. 속도가 턱없이 느려서 영원히 다운로드 완료가 안될 것 같던게, 어느 순간 랜선을 활활 태우더니 십 분만에 끝난다. 그러니까, 누가 일주일동안 삼만오천자를 썼다고 하면, '이 사람은 하루에 오천자씩 꾸준히 쓰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닷새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심지어 시작조차 하지 않다가, 마감 이틀전부터 숨도 안쉬고 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면. 난 어제 이만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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