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갑자기 시작되는 월요일
꿈에 안톤 체호프가 나왔다. 이상한 안경을 쓰고 러시아말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꿈이어서 나도 자연스럽게 러시아말을 할 수 있었다(그야 실제로는 읽을 줄도 모른다).
"갑자기 사할린은 도대체 왜 간거에요?" 내가 물었다.
"글쎄. 솔직히 이유는 없었는데." 체호프 씨는 목을 좌우로 꺾으면서 대답했다. "굳이 말하자면, 왠지 그런 거 있잖아? 세계지도 앱같은 거 켜놓고 구경하고 있으면 …… 엄청 외딴 곳에도 섬이 있고 마을이 있다고 나온단 말이야.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고. 지도로만 보면 이런 곳에 사람이 사나 싶은데"
"아이슬란드나 그린란드가 실존하긴 할까요?"
"그러니까. 지도에 표시돼있다고 해도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라고?"
체호프씨는 의외로 문과적인 면이 있구나. 나는 생각했다. 하긴 러시아처럼 넓은 땅에 살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흠.
깨어나보니 새벽녘이었다. 나는 내달초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