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잊고 있었던 화요일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권을 칠개월 무이자 할부로 긁어버리는 것까지는 쉬웠다. 문제는 해외에 나가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여권이 만료되었다는 것. 여권 재발급을 위해선 구청에 들러야 한다. 여권용 서류를 마련하려면 근처 사진관에서 사진부터 찍어야하고. 사진을 찍으러가려면 머리도 감고 옷도 입어야한다...
'뭔가 귀찮네. 그냥 취소해버릴까?'
이런 생각이 드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져서, 순순히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그곳은 동네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사진관이었다. 대기중인 손님은 없었지만 십오분쯤 자리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멍하게 있다보면 자연히 '내가 왜 여깄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러시아에 가나. 여행을 안 간지도 한참 됐으니까? 그럼 그냥 인천 앞바다에나 갔다와도 될 일이 아닌가. 굳이 그렇게 춥고 먼 곳으로 갈 필요가 어디 있지?
"머리 넘기시고요. 자, 찍습니다."
역시 그런 건 없다. 사진은 이미 찍힌 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