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26. 이해하는 일요일

by 이묵돌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비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기전에 코 스프레이를 뿌리면 가려움은 덜한데, 안쪽에 있는 혈관이 터져 코피가 나온다. 코를 훌쩍거리는 것이 싫다.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가 덜 떨어진 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두부계란국을 끓여먹었다. 두부계란국 같은 건 밖에서 먹기 힘든 음식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돈 받고 팔기에는 수수한 요리이니까. 다만 집에서 해먹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한 번 만들어놓으면 세 끼는 때울 수 있다.

글을 좀 쓰고 나서 러시아 역사책을 한 권 읽었다. 관심이 생겨서 제정 말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챙겨봤다. 이쯤되면 견딜 수 없다. 나는 지워놨던 「시드마이어의 문명」 을 다시 받았다. 지구와 똑같은 맵에서, 똑같은 위치의 러시아 문명으로 시작했다. 고대시대부터 뻗어나갈 방향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유럽에는 다른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북쪽은 극지방이라 갈 곳이 없고, 남쪽은 산과 바다로 막혀있다.. 이러니 시베리아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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