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번째
그녀는 글쓰는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있는 것 같았다.
"사실 저는 찌질이에요"
"네, 네"
"혼자 가만히 있다가 울기도 하고, 메일 수신확인이 됐는데 답신이 금방 안 오면 뭘 잘못썼나 하고 보냈던 메일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하구요"
"그럼요"
그럼요? 당신이 나에 대해 대체 뭘 아나, 라는 말이 목젖 너머까지 올라왔다.
"..그러면서 남의 연락에는 늦게 답변하죠.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낭만적이에요"
난 진절머리가 나서 한 쪽 머리를 쓸어넘기고 괬다 그 여자는 내게, 밤도 늦었는데 당신 집으로 가서 더 얘기해요, 했고 나는 혼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하늘은 검고 탁하고 뿌연 것이 꾸벅 조는 내 눈알색과 비슷했던 것 같다 골치아픈 밤이었다
<일방통행>, 2018. 6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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