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다

by 굳센바위

1995년 12월 1일, 환경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공부까지 포함하면 1993년 1월, 미국 대학원에서 첫 학기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을 환경 분야에 몸담아 온 셈이다.

그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환경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묻는 설문 조사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결과는 늘 비슷했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심이 많다고 답한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매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21~2023년 평균)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89%는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20년, 자원순환연대와 한국피앤지가 국내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95.5%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2020년, Brand for Good의 미국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96%가 환경을 고려하는 생활방식을 지향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 환경을 고려하는 행동은 극히 드물며, 많은 사람이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유일한 행동이 쓰레기 분리수거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발적인 실천이라기보다는 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것에 가깝고,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래서인가, 환경 관련 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010년과 비교하면 약 20%가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연간 208kg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2020년 기준, OECD, “Waste: Selected waste streams: generation, recovery and recycling)

2024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면 캡처 2025-07-24 063025.png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데, 왜 실제로는 상황이 악화하고 있을까?


인식과 실천의 간극

환경 분야에는 인식과 실천의 간극이 항상 존재해왔다. 다른 분야에도 이런 현상이 없진 않지만, 유독 환경문제에서는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린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30:3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이는 Cowe & Williams(2000)의 연구에서 비롯된 용어로, 일반적으로 30%의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구매율은 3%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2017년 동물복지 식품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85%의 응답자가 동물복지 식품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35%가 인증 제도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구매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비율은 수업 시간에 진행된 학생 설문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많은 학생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이러한 결과는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과거에 환경 컨설팅을 할 때도 같은 패턴을 경험했다. 기업 경영자에게 환경 개선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여 제시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정치권도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뚜렷하다. 국회에는 환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위원회가 없다.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 이슈를 다루긴 하지만, 노동 이슈에 밀려 논의가 미미하다. 환경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가장 무난하게 지나가며, 환경부 장관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왜 설문조사에서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나올까?

이유는 간단하다.

머리로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으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관심이 없지만, 설문 조사에서는 “관심이 있다.”고 답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사회적 기대에 맞추려는 경향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생각보다 ‘바람직한 답변’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받을까 봐 무의식적으로 환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할 가능성이 크다.

응답자 표본의 편향성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조사에 참여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실제 사회 전체의 인식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설문 질문 방식의 영향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응답자의 환경 관심도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환경과 경제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질문은 현실적인 인식 차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설문 조사에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답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왜 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을까?

그 이유는 환경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문제의 원인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교과서에서는 환경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산업화와 대량 생산·소비"로 설명하지만, 이는 너무나 형식적인 분석이다.

사실, 환경문제에 있어 우리는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이 구조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장애가 된다.

또한, 환경문제는 너무 거대해 보여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설사 실천하려 해도,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실천의 효과를 알기 어렵다.

이런 요인들이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부추긴다.


2021 ~ 2023 국민환경의식조사, KEI 포커스,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사회연대, http://www.waste21.or.kr/

전민구, ESG 추진의 필수 전제요건, 2021. 10. 11, http://brunch. co.kr/@2322b411870c49f/1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

“Waste: Selected waste streams: generation, recovery and recycling”, 2020, OECD Environmental Statistics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https://www.gir.go.kr/

Roger Cowe & Simon Williams, Who are the ethical consumers?, 2000, The Co-operative Bank

동물복지, 소비자 말과 행동이 다르다?, 2018. 01. 04., 돼지와사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