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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Jul 25. 2023

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다.

1995년 12월 1일, 환경 분야에서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공부까지 포함한다면 1993년 1월, 미국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30년 동안 환경 분야에 몸담아 온 셈이다. 이 기간 동안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명확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환경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설문 조사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실시되어 오고 있다. 이들 조사에서는 우리가 환경에 관심이 많고,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전 국민 중 3,000여 명을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비례 할당하여 매년 조사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평균을 살펴보면 환경에 관심 있다는 응답자는 73%,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2%에 달했다.  

2020년, 자원순환연대와 한국피앤지가 국내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5%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하였다. 

2020년, Brand for Good의 미국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96%가 환경을 고려하는 생활방식을 지향한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환경 관련 수치들은 계속 나빠지고 있으며, 환경을 고려하는 실천이라곤 쓰레기 분리수거가 전부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분리수거는 자발적이라기보다 법적인 요구사항이라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환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도 미지수다. 

2022년,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021년 대비 약 1% 증가하였고 2010년에 비해서는 약 26%가 증가하였다.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사 이래 최고에 달했으며 2022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왜 실제로는 성과가 퇴보하고 있을까?

환경 분야에는 항상 인식과 실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다른 분야에도 이런 현상이 없진 않지만, 유독 환경 분야는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린마케팅 분야에서 이 현상을 30:3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30%의 소비자가 친환경 구매에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구매는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2020년 자원순환연대와 한국피앤지의 설문 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응답자는 25.5%였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95.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 마저도 실제로 실천으로 이어진 비율은 더욱 낮을 것이다.        


과거에 환경 컨설팅을 할 때, 환경 개선이 기업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여 경영자에게 설명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적 상황을 보더라도 환경에 대한 무관심은 명확하다. 국회에는 환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위원회가 없고,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 이슈를 다루고 있으나, 노동 이슈의 긴박성에 밀려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는 미미하다. 환경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가장 수월하게 진행되며, 환경부장관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왜 설문조사에서는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나올까? 머릿속 인식과 가슴속 인식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관심이 없지만, 설문에만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것, 다시 말해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질문 구조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보다 환경과 경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형태의 질문이 더 정확한 인식을 반영할 수 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하여도,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다. 왜 우리는 환경에 관심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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