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동등하게 출발할 권리가 있다

by 굳센바위

꽤 오랫동안 어린이 단체를 후원해 오고 있다.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조금 높은 등급의 후원자가 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한 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왜 후원을 시작했을까?' 단순히 좋은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직접 나서서 행동하기에는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니, 대신 누군가에게 맡긴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나눔이라기보다는 위탁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는 ‘나눔의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라며 추켜세워졌다.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 말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나의 후원은 특별한 선행이라기보다, 마땅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도움을 받는 존재’로 소개되었다. 이 표현 역시 편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받은 지원은 '선물'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능력이나 성향은 개인의 몫일 수 있다. 하지만 출발선의 차이, 교육의 기회, 안전한 환경은 아이들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그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며, 결국은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그래서 후원이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한 달 만 원이면 기본 후원이 가능하다. 싸구려 옷 한 벌 값이다. 십만 원이면 고액 후원자가 된다. 요즘 같은 물가에서 외식 한 번에 흔히 쓰는 돈이다. 우리는 때때로, 당연한 책임조차 ‘선행’으로 포장한다. 진짜 나눔은, 그 당연함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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