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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Aug 08. 2023

세 번째 걸림돌 "불편"

친환경은 편리함을 이길 수 없다.

친환경은 편리함을 이길 수 없다.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이 있다. 환경과 생태를 위한 실천에는 왜 항상 "불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까? 

불편해도 의미가 있다면 실천이 가능하다. 실제로, 의미 있는 불편은 불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이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친환경에 불편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붙어있는 한, 환경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불편한 행동은 지속하기 어렵고, 확산되기는 더욱 어렵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세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박사는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려고 하는데, 자제력과 의도적인 사고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불편한 방식이 올바르다고 해도, 에너지 기준으로 볼 때 실천하기 어렵다.   


친환경 실천이라는 제목 하에 올라오는 대표적인 항목들의 실현 가능성을 비판해 본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 대중교통이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술자리에 가는 경우 외에는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 환경을 위해 대중교통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만한 이익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친환경 인증 제품 구매하기 - 인증 정보가 부족하고, 매장에서 쉽게 구분되지 않아 구매가 어렵다. 게다가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 망설여진다. → 친환경 제품의 이익을 쉽고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 계절 제품은 가능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꽂는 것은 오히려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전기가 차단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합리적이다.  

육식 줄이기 - 건강을 위해 채식을 권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환경을 위해 육식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육식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건강과 환경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식 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냉방 온도 26도, 겨울철 난방 온도 18도로 조정하기 - 공동 공간에서는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위주로 온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실천하기 어렵다. → 쾌적, 건강, 에너지를 모두 고려하는 냉난방 온도 자동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물 받아 세수하기 - 대부분의 사람들이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물을 받아 사용하더라도 헹굼 물은 새 물을 사용하게 되며, 오히려 더운물이 나오기까지 낭비되는 물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 → 온수 낭비를 줄이는 수전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샤워 횟수와 시간 줄이기 - 시간이 촉박한 경우라면 몰라도, 물을 절약하기 위해 샤워 횟수나 시간을 줄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샤워와 건강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개인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컬럼비아 대학 전염병 전문가인 엘레인 라슨(Elaine Larson) 교수는 지나친 샤워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건조한 피부 사이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으며, 면역 체계를 뒷받침하는 좋은 균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피부과 전문의 코리 L하트만(Corey L. Hartman) 박사는 피부를 유지하고 정상적인 피부 박테리아를 보존하려면 샤워는 하루를 건너뛰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샤워 시간은 10분 이내가 건강에 좋으며,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갈라질 수 있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샤워 주기와 시간, 물 온도를 고려하는 것이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친환경은 편리함을 이길 수 없다. 이기려면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환경을 배려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 

편리함과 경쟁할 필요 없이, 친환경 실천이 쉽고 편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이것을 실현할 수 있다. 자연 에너지 기술이 확대되면, 개인은 평소처럼 에너지를 사용하면 된다. 폐기물을 자동으로 분리 수거하여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재생하거나 처리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하면 된다. 물을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설치된다면, 개인의 생활 방식에 관계없이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적절한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동기가 보다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책임에 기반한 오염자 부담 원칙이 반드시 요구된다. 


둘째, 환경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면, 편리함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제품이 저렴하다면, 굳이 친환경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유 경제를 통해 절약하는 비용이 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다. 기업에서 부담해야 할 오염 비용이 크면 클수록, 오염 저감을 위해 더 노력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염자 부담 원칙이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편리함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실제적인 가치가 없다면, 편리함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느껴져야 한다. 

현재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일부 사람들은 채식을 하고, 냉난방을 줄이고, 세탁을 모아서 하며, 일회용품을 덜 사용한다. 이들은 환경을 배려하는 행동에서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치를 느끼려면, 환경을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결국, 가치, 즉 이익이 있어야 친환경이 편리함을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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