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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이야기

by 굳센바위

원래 거미를 좋아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절, 매년 한 달씩 친구들과 제주살이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거미줄이 쳐있었다. 매일 없애도,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거미줄이 나타났다.

매일 거미줄을 보다 보니 조금씩 정이 들었다. 그리고 거미가 어떻게 허공에 집을 짓는지 궁금해졌다.

관찰해 보니, 거미는 바람을 타고 날아 첫 번째 줄을 연결한 후,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 두 번째 줄을 연결했다. 두 줄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다음은 비교적 간단했다. 거미는 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집을 완성해 나갔다.

거미줄이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20배나 질기고, 방탄복 소재보다 4배나 강하다고 하는데, 실감 나지는 않는다.

거미줄이 익숙해지니 거미도 조금은 친근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엽기까진 않아도 싫지는 않았다.

사실 거미는 주로 해충을 잡아먹는 인간에게 이로운 곤충이다. 더불어, 거미줄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202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투오마스 놀즈(Tuomas Knowles) 교수 연구팀이 거미줄의 특성을 모방해 일명 '거미줄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연구는 우리가 왜 생태계를 지켜야 하는지 그 이유 중 하나를 잘 보여준다.

거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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