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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흰개미집 모방 친환경 건축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을까

by 굳센바위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관심이 없으면 그 답이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진정성 있는 관심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추출되는 원자재의 절반 가량이 건설에 사용되고, 전 세계 쓰레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또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 이상이 이 산업에서 발생한다. (노만 밀러, BBC Future, 2022)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발생한 폐기물의 42%가 건설폐기물이었고,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24%로, 산업 분야에 이어 2위다. 이 수치는 제조업의 건축물을 제외한 결과다.


건축물의 환경영향을 정말 획기적으로 줄인 건물이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와 호주 멜버른에 있는 시의회 청사다. 이 두 건물 모두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가 흰 개미집의 자연 대류와 굴뚝 환기, 수냉각법 등의 자연 원리를 적용해 설계했다. 이 건물들은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실내를 24도씨로 유지하고 있다.


그림1.png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출처: KBS 장영실쇼, 장형기업 홈페이지
그림3.png 멜버른 시의회 청사, 출처: 건축, 파사드


2006년 건축된 멜버른 시의회 청사는 흰개미집의 자연대류 구조뿐만 아니라 샤워타워, 냉각 천장, 수직 식물, 목제 차양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일반 건물대비 이산화탄소 방출량 87%, 전기소비량 82%, 물 사용량 72% 감소시키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성과는 경제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1996년 건축된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의 경우 절약되는 전기, 가스, 물 비용 절감을 통해 연간 약 350억 원을 절약한다고 한다. (김종화 기자, [과학을 읽다] 아프리카의 에어컨 없는 쇼핑몰, 아시아 경제, 2018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공법이 좋은 사례로 끝나고 있는 걸까? 약 30년, 20년 전에 지어진 이 두 건물이 돈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게다가 현재 가장 심각한 인류 위기인 기후위기도 있는데 말이다.

초기 건축 비용 문제라면 다른 친환경 건축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사용 과정에서 절약되는 비용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기술적 제약을 이야기하기엔 이미 성공 사례가 있으며, 제도적 문제라면 바꾸면 된다. 결국 인식 부족이 결정적 이유라고 판단된다. 기후 위기를 외치면서도 도전과 실천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인식은 제도와 교육이 이끌어낼 수 있는데, 정치에서 환경은 여전히 관심 밖에 있으며 대학 입시에서도 환경은 변방에 불과하다. 오늘도 친환경 문화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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