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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사회주택

전세사기와 부동산 21

by 김태근

1. 비엔나 사회주택 방문단의 기획


가. 급속한 인구증가에도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되어 온 비엔나


비엔나의 인구는 190만으로 유럽의 6대 도시인데, 유럽에는 100만이 넘는 대도사가 많지 않은데, 독일어권에서는 가장 베를린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2008-2018년 사이 217,555명의 13%의 인구가 늘어나서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가는 도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째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다.

이렇게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는 데에는 강력한 사회주택 공급정책으로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비엔나 주민의 78%는 세입자인데, 주민의 50% 정도가 저렴한 임대료의 주거시설의 질이 좋은 사회주택(시영 25%, 기금지원 25%)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마다 100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하고 있으나, 막상 정권말이 되면 전체 재고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보유율이 6%가 되지 않는 한국에게는 꾸준하게 사회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면서 주거안정을 통해 세계 최고의 삶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비엔나의 사회주택 공급주택은 좋은 학습모델이 될 수 있었다.

다. 청년주거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주거정책연구소인 도시연구소,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거와 세입자 법제도 개혁운동을 벌여 오고 있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의 변호사들이 비엔나 사회주택 방문기획을 하게 된 것은 이러한 이유였다.

라. 위 단체 참가단은 비엔나 주택공사(Wiener Wohnen), 도시가스공급 탱크를 사회주택으로 개조한 가스스톰 사회주택, 1920년대 건설된 초기 사회주택인 칼막스호프, 레벤호프, 로이만호프 등과 대규모 주택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사회주택이 건설되고 있는 쏜벤트피어텔 지역, 공동체주택인 “샤륵 퍼블릭” 등을 방문하였다.

2. 비엔나 사회주택의 연혁과 철학


비엔나 로이만 동상.png

[사민당 정권의 초대 비엔나 시장으로 ”Red Vienna“ 주택건설 프로그램을 추진한 로이만의 동상]


가. 개요

비엔나에서 사회주택(social housing building)이 공급되기 시작되기 시기는 1920년대인데, 이 시기는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으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이 해체되고, 공화국 체제가 성립한 시기이다. 이때부터 히틀러에 의해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될 때까지의 시기를 “Red Vienna"시기라고 하는데, 이때 1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집중으로 주거난에 시달리던 비엔나에서 계속 집권한 사민당 정부가 주거난 해결을 위해 사회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였다.


나. “국민궁전“과 ”노동자궁전”의 컨셉의 사회주택


1)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사회주택


1920년대 사민당 정부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주택공급 프로그램을 “Red Vienna'라고 하였는데, 이를 구현하는 주거건축은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의 superblock 형태였다. 한국은 고층 고밀도 방식이지만, 비엔나는 저층 고밀도 방식이다. 이러한 대규모 건축에 규격화된 문, 창문, 경첩, 수도밸브, 가스레인지, 정원벤치까지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공동목욕탕, 공동세탁소, 유치원 등이 들어서고 호프의 안의 녹지에는 놀이터 등이 만들어졌다. 교육정책적 요구와 연대의식, 사민주주의 정치적 이념이 배어 들어가 있었다.

비엔나시 칼막스 호프.png 비엔나 칼막스 호프 앞 기념사진

2) 이러한 superblock 형태로 공급된 사회주택들은 “국민궁전(people's residential palace)" 내지 "노동자 궁전(Arbeiter Palace)" 으로 불리었다. 최고 귀족층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팰리스에 거주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3) 이러한 사회주택이 문을 열 때마다 보수정파인 “기독교 사회주의당”측에서는 사회주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이며, 혁명적 하층민들의 공세라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거시설비용이 높고, 건축의 질이 낮으며, 부적절하게 사치스럽고, 대형 Hof(주택단지)는 군대 연병장 같고 주택이 성과 같다고 비판하여 이데올로기 논쟁이 야기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칼-막스-호프에 있는 20개의 욕조와 30개의 샤워기가 있는 공동목욕탕이 2개 설치되었는데, 보수언론들은 이를 ‘사치 시설물’이라고 공격하였다고 한다.


다. “Red Viena" 주택건설 프로그램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사이에 “Red Vienna" 주택건설 프로그램에 따라 348개 주택단지에 61,000세대의 사회주택이 건설되고, 42개 공동주택에 5,000세대 이상의 주택이 건설되었다. 사회주택은 비엔나 외곽을 링처럼 둘러싸고 있던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지역인 귀어텔(Der Gürtel) 지역에 건설되었다. 비엔나 궁전을 빙 둘러싸고 있던 성벽을 허물어 이를 순환도로로 만들고 이 링거리(Ring Straβe) 주변에는 시청, 박물관과 부르조아들의 고급주택이 건축되었는데, 이를 ”부르조아 슈트라세“라고 하고, 귀어텔 순환도로(Gürtel straβe)는 ”프로레타리아 슈트라세“라고 했다고 한다.


라. 100년이 넘는 사민당의 집권시기


이때부터 얻은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934년 나찌에 의해 독일에 병합된 뒤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시까지 사민당 정부가 강제 추방된 시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사민당 집권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시점에 비엔나 시민들의 50% 이상이 2,000단지 정도의 시영 사회주택(social housing buildings)과 기금지원 사회주택에서 살고 있다.


3. 비엔나 시영 사회주택 입주자 자격심사와 관리


가. 시영 사회주택의 입주자격은 1920년대부터 시민권, 결혼기간, 임신, 14세 이하 어린이 유무, 비엔나 거주기간, 해고, 전차인, 노숙상태, 부엌 등 여러 평가요소를 세분화 한 점수 제도에 의하여 배분되었다.


나. 2015년 7월부터 사회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Wohnberatung Wien(사회주택서비스)"에서 발행하는 비엔나 본 티켓을 받아야 하는데, 주택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축하고 있는 기금지원 사회주택의 경우에도 위 기관에서 입주자 신청을 같이 관리한다.


다. 소득은 1인일 경우 세후 연봉이 4만 4,410유로, 2인일 경우 6만 6,810유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월별로는 1인 3,317유로,, 2인 4,334유로, 3인 5,000유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월 3,317유로면 비엔나 시민의 70% 정도가 입주자격이 있게 된다.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중산층도 입주자격이 있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사회주택 내에서 소셜믹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같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라. 2001년 이후 600세대의 사회주택을 비롯하여 총 2,000세대의 긴급주택이 유럽경제권의 여권이 없는 이주자에게 공급되었다. 인종차별 금지원칙에 따른 유럽연합의 권고에 따라 2005년부터는 오스트리아에 5년 이상 거주하고 충분한 수입원과 건강보험을 증명할 수 있으면 사회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연간 9,000세대의 신규 공급 사회주택의 15%가 제3세계 이주자들에게 분양된다고 한다.

비엔나 주택공사.png

[비엔타 주택공사(Wiener Wohnen)의 서비스센터 건물. 그 옆에 본사건물이 있다]


4. 비엔나 기금지원 사회주택 위주의 사회주택 공급정책의 변화


1973년을 기점으로 기금지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 등이 건설하는 주택이 시영 사회주택보다 많아졌고, 1980년대부터는 비엔나 시가 직접 건설하는 시영 사회주택은 줄여 나가면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의한 사회주택 공급이 늘어나게 되었다.

비엔나시는 직접 사업주체로서 공급하는 시영 사회주택 공급사업을 2004년 중단하고, 그 동안 시행해 오던 진흥기금 지원 사회주택(subsidized residential construction)을 비영리 사업시행자(non-profit residential construction provider)에 위탁하였고, 기금지원 사회주택이 종전보다 고품질이면서 적정가격(affordable price)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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