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원인 분석과 이를 해결하는 다섯 가지 방법
10년째 드는 의문이다.
왜 연간 회고는 매년 실패하는가...?
2025년을 두 달 남기고 이번에는 완주를 하고 싶어서 이유를 분석해본다.
나 자신과 나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수없이 찍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몰라서
마주하기 힘든 감정들이 뒤엉켜서
지난 일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서
연말연초 외부 상황으로 여유없이 흘러가서
크게 5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매년 책상에 앉아 어김없이 시도를 한다. 그렇게 미완의 회고록이 쌓였다. 2025년은 공개적으로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한 완성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본 형태로 매년 한권씩 인쇄하면 어떨까. 30대를 앞두고 잡은 메인 키워드 중 하나가 '체계적인 아카이브'다.
순간의 실패는 영원한 실패가 아니다
우연히 2021년도 실패 리스트에서 2025년 성공 리스트로 이동한 항목을 발견했다. 기록의 중요성이다. 성과를 관찰하고 결점을 보완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완성된 회고는 필수적이다. 제대로 방점을 찍고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게 된다. 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 나 자신과 나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평가” 말고 “기록”부터 하는 구조로 전환한다. 회고를 시작하면 대부분 바로 평가·점수·판단으로 가서 힘들어진다.
� 사실 기록 → 감정 기록 → 해석·평가 → 배움
✔ 회고 첫날: 2025년 달력 펼쳐놓고 사실만 적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
✔ 둘째날: 그중 몇 개만 뽑아서 기분/감정만 적기.
✔ 셋째날: 의미와 배움 정리.
2. 수없이 찍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몰라서
“연결” 대신 “분류·폴더링”으로 접근한다. 기록량이 많아서 오히려 연결이 어렵다. 처음부터 스토리를 만들지 말고, 큰 폴더 4~6개를 만들어 넣는다.
일/커리어
요가·교육·브랜딩
관계/사람
감정/마음
건강/생활습관
창작/아카이브
3. 마주하기 힘든 감정들이 뒤엉켜서
감정은 “쪼개서” 다룬다. 대부분의 회고 실패는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감정이 묵직해서 쓰다 보면 멈춰버리고, 멈추면 미완으로 끝나는 패턴이다.
✔ 감정 덩어리를 그대로 쓰지 말고 항목별로 한 줄씩만 적기
“이때 무력감”, “이때 수치심”, “이때 자존감 흔들림” 나중에 필요하면 풀고, 필요 없으면 한 줄도 충분함
� Tip : 감정 섹션은 “오늘은 여기까지만”이라는 종료 신호를 미리 정해두기.
4번. 지난 일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서
연말 회고 전용 타임라인 도구를 사용한다. 기록을 많이 하지만 흩어져 있다. 회고 전에 “자료 모으기” 단계가 필요하다. 이걸 연말 회고 폴더에 몰아넣기만 해도 기억이 60% 이상 복원된다.
� 체크리스트
폰 사진 타임라인
구글 캘린더
블로그·노션
인스타그램
메시지·카톡
짧은 메모들
건강 기록(피티/요가/수업/워크숍)
5번. 연말연초 외부 상황으로 여유 없이 흘러가서
연말에 하지 말고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시작한다. 연말 회고를 12/29 ~1/2쯤에 몰아서 하려고 하면 거의 100% 무너진다. 사람 많은 자리, 행사, 수업 일정, 피로, 감정 소모가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2025년 전략
11월 25일에 1차 기록 시작
12월 둘째 주에 1차 초안 완성
12월 말에는 가볍게 정리만 하기
1월 5일 내로 최종본 인쇄
최종 정리
(자기만족/평가 문제) 기록 → 감정 → 해석의 3단계를 분리한다.
(연결 어려움) 연결하지 말고 먼저 “분류”만 한다.
(감정 난이도) 감정을 덩어리로 쓰지 말고 항목별로 한 줄씩만 적는다.
(기억 부족) 타임라인 복원: 사진/캘린더/메모를 한 폴더에 모은다.
(연말 일정) 연말 말고 11월~12월 초에 회고를 시작한다.
연간 회고가 어려웠던 이유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해결의 실마리도 그 안에 있었다. 첫 번째로, 나는 나 자신과 나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회고가 자꾸 막히곤 했다. 시작하자마자 평가부터 하려다 보니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 쓰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올해는 평가는 뒤로 미루고, 우선 사실부터 기록하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 사실을 적고, 그 위에 감정을 얹고, 마지막에 해석하는 ‘3단 분리’가 오히려 나를 덜 흔들리게 만들어줄 것이다.
두 번째 어려움은 수없이 찍힌 점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몰라서 생겼다. 많은 기록이 오히려 나를 방해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억지로 연결하려 하지 않고, ‘폴더링’이라는 느슨한 분류 작업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일, 관계, 감정, 배움 같은 큰 폴더만 만들어두면 그 안에 흩어진 점들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연결은 분류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이지, 애써 만드는 문장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세 번째 이유는 마주하기 힘든 감정 때문이었다. 감정은 한꺼번에 붙잡으려 하면 무겁고, 무거우면 손이 멈춘다. 그동안 회고가 중단되던 지점도 바로 여기였다. 올해는 감정을 덩어리로 적지 않고, 한 줄씩 쪼개 적으려 한다. ‘이때 느낀 무력감’, ‘이때의 죄책감’ 같은 짤막한 표기만으로도 충분하다. 깊이 파고드는 작업은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되고, 회고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건 가벼운 호명에 가깝다.
네 번째 어려움은 기억의 흐릿함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복원된다. 사진, 캘린더, 블로그, 메모, 메시지 같은 1년치 흔적들을 하나의 폴더에 모으기만 해도 조각들이 되살아난다. 올해는 회고를 쓰기 전에 ‘기억 복원’이라는 단계부터 만들어둘 예정이다. 무에서 유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료를 꺼내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가벼워진다.
마지막으로, 연말과 연초는 언제나 외부 일정이 많아 여유 없이 지나갔다. 바쁜 시기 속에서 회고를 시도했으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리듬 자체를 바꿀 생각이다. 회고를 연말 행사 사이에 끼워 넣지 않고, 11월 말부터 조금씩 시작해 12월 중순에 초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여유 있는 시기에 시작해야만 기록이 완성까지 닿을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해결책을 세심하게 적용해본다면, 2025년의 회고는 더 이상 미완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매년 한 권씩 제본해 쌓아두는 내 작은 아카이브가 완성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