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꿀 같은 늦잠을 자 보았다. 아이들이 정말 어릴 때는 누려보지 못했던 호사다. 아들 둘이 번갈아가며 울거나 와서 깨우던가 했던 때라 나나 아내가 잠을 잔다는 건 아이 두 녀석이 동시에 어쩌다 잠들었다는 뜻과 같았던 날들이었다.
어제는 비가 내렸으나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청바지에 바람막이 잠바를 걸치고 길을 나섰다. 식구들은 차를 타고 출발하였다.
비 내리는 한강
그렇게 맞이한 한강. 온몸이 비에 젖고 신발도 다 젖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만 자전거를 멈추고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식당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니 좀 추웠다.
덕소 지역 한강변은 주말마다 차가 밀린다. 반면에 비가 오는 한강변은 자전거를 타는 이가 거의 없었다. 드디어 식구들이 도착하고 내 꼴을 본 처제와 동서가 따뜻한 차를 사다 주고 담요도 꺼내어 가져다준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배가 고파서 많이 먹었다. 자전거를 더 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몸이 아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 오니 피곤이 밀려왔다. 늦잠과 함께 시작한 하루가 그렇게 다시 피곤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내가 추위와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탔으니 그럴만하다고 해준다. 나이가 많아져서 체력이 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남편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곳을 그대로 받아 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첫째와 사진을 찍어보았다. 어쩔 수 없이 비슷하게 생겼다. 그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첫째 이놈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아무도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 시간도 참 좋았다.
조용히 자연을 보고 식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때로는 쉬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