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이 되고 어주기는 아빠에게서 거울상이라는 말을 듣는다. 학교에 등교하고 소영이가 훈련을 시작한다는 말을 한다. 학교뒤 워프 장소에서 기억을 찾은 자들 다섯 명이 모두 모이고 귀신 아저씨가 이들이 모인 이유를 설명한다.
"우와 드디어! 궁금해요! 왜 우리들이 선택되었지요?"라며 쾌활하게 경희가 외친다.
귀신 아저씨가 잠시 웃은 뒤에 "너희들이 선택된 이유는 나도 모른다. 다만 2차 성징이 오기 직전의 아이들만이 기억을 찾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6학년 너희들이 선택이 되었다. 일종의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라고 말한 뒤 "어쨌든 우리가 이제부터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해서 그리고 소영이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부터 설명해 주겠다. 그러고 난 뒤 내일부터는 훈련을 할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훈련이요? 무슨 훈련이요?"하고 상수가 이야기하자 귀신아저씨는 "너희들이 지금 사용할 수 있게 된 능력들을 가다듬어 더 잘 쓰기 위한 훈련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우리가 있는 방 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일단 천정은 상당히 높은데 예전에 엄마랑 갔던 하남에 있는 큰 쇼핑몰 천정을 보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나무로 된 기둥들이 있고 구석에는 이상하게 생긴 기계장치가 있는데 색이 푸른 것 같기도 하고 검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바닥과 천장에는 운동기구 같은 것들이 있는데 바닥은 그렇다 치고 천장의 것은 너무 높아서 저기에 어떻게 이런 운동기구들을 놓았는지도 궁금하였다. 그러는 사이 귀신 아저씨가 설명을 이어갔다.
"어제 어주기에게는 먼저 이야기를 해 주긴 하였지만 여기 모인 친구들은 처음이니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해 주겠다.
우리가 온 곳은 너머세계이다. 지금 너희들이 사는 이 세계와는 거울상 세계이지. 거울상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너희들이 거울을 보았을 때 왼쪽 오른쪽이 바뀌어서 보이잖아? 바로 그런 관계라는 뜻이란다. 이렇게 겉모습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분자 구조까지도 모두 거울상이야."
그러자 미래를 기억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지혜가 갑자기 이야기한다. "그럼 단백질들은 모두 D타입인가요?"
그러자 귀신 아저씨가 너털 웃으며 "맞다.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이 세상에서는 L타입이지만 너머세계에서는 D타입이다. 역시 가억을 하게 되니 많은 것을 알게 되는구나. 지혜 너는 가억과 거억의 양의 되먹임 작용으로 인해서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될 것이다. 지혜는 그래서 주로 가억을 인식하는 방법과 공부하는 방법을 훈련하게 될 거야"라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하였다. 나는 속으로 '아빠도 아침에 거울상 이야기를 하였는데 저것을 말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집에 가서 아빠께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였다.
"아이 어려운 이야기 말고요 우리가 모인 이유를 계속 말씀해 주세요"라고 상수가 하품하며 말한다. 귀신 아저씨가 "알았다. 계속하마. 이 우주가 처음 생길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거울상 우주가 동시에 생겼다. 정확히는 너머 세계가 원형이고 이 세상이 복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완벽하게 복제가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특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 시간이라는 축에 대해서인데 너머세계는 시간 축을 인식할 수 있는데 너희들이 사는 이 세계는 인식할 수가 없게 되었지."
"그게 거억, 기억, 가억에 대한 것인가요?"라고 내가 말했다.
"맞다. 어주기야" 라며 귀신 아저씨가 계속 이야기한다.
"시간 축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과거와 미래를 머리로 알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너머세상에서는 미래를 인식할 수가 있고 그것을 가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래라는 것은 알다시피 현재의 선택에 의존적이지. 바로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지고 그래서 미래의 기억은 현재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에 의해 가지 쳐지는 많은 일들이 겹쳐진 가억이다. 마치 서로 다른 투명 그림들을 겹쳐서 보면 어떤 그림인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한 개의 시간 위에 가능한 미래가 겹쳐 보이다 보니 뚜렷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은 전체 사진이 색이 바래가는 것처럼 희미해져 간다면 가억은 여러 장의 투명 그림이 겹쳐있어서 뚜렷하게 보이지가 않아. "
"저기... 어... 말씀 중에 어... 그러니까 가억이라는 것이 그... 예언인가요?"라고 부끄러움 많은 제우가 물어본다.
"아니 예언과는 달라. 우리가 과거를 기억할 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하듯이 가억할 때도 내 경험을 벗어나는 것은 알지 못하지. 예언은 나와 상관없는 것도 보는 것을 말하니까 다르다."
"그래서 가억하고 우리가 여기 모인 것과는 무슨 상관인가요?" 하며 경희가 물어본다. 그러자 귀신 아저씨가 "그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너머 세계의 사람들은 그래서 과거의 역사만 기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다양한 설문 조사들을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그런데 최근 태어난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억을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많은 아이들에게서 불안한 미래가 겹쳐지고 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라며 상수가 엉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본다.
"아까 말했듯이 미래는 현재의 선택에 의해서 여러 가지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었잖아?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은 어떤 시간의 경로를 거치든 상관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가억에서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너머 세계의 가억청은 그러한 일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지. 그런데 최근 태어난 아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면서 기록하고 있는 가억들 중 일부가 대규모의 기아상태를 기억하고 있다. 대략 집단의 1% 이상이 공통으로 가억하는 것들은 굉장히 중요한 일로 여기는데 1년 전에 1% 정도였던 미래의 기아상태가 최근 5% 까지 치솟고 있어. 이런 상태라면 향후 10년 안에 대규모의 식량 부족 상태가 현실화될 것이다."라고 귀신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기아상태라는 것은 먹을 것이 없어진 다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모두 다이어트를 걱정하고 있는데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지혜가 갑자기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아 그 말을 들으니 저도 혼란한 미래의 모습들에서 한 가지가 뚜렷하게 공통되어 반복되는 것이 느껴지네요. 계속 배가 고프고 먹을 것을 찾아서 헤매는 기억이에요. 분명 예전 일은 아니고 앞으로의 일이에요. 아 어지러워"하더니 갑자기 쓰러진다.
"소영아 얼른 이불을 가지고 와라"라며 귀신 아저씨가 외치고 소영이는 방 한구석의 이상한 장치로 달려가더니 어제 상수를 덮었던 이불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와 지혜의 머리를 감싼다. "이게 도움이 될 거야. 곧 뇌의 활성화가 완료될 테니까 조금만 참아"라며 소영이가 지혜에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