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오아 Apr 29. 2023

이상한 책 벌레

11

지난 이야기


다른 워프포인트의 기억을 찾은 자들인 제우, 지혜, 경희까지 훈련장소에 모이고 귀신아저씨가 기억을 찾은 자들을 모은 이유와 거울상 우주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100년 이내에 있을 기아상태에 대한 가억을 설명한다.


"지혜야 괜찮니?"하고 소영이가 물어본다. 누워 있던 지혜는 힘이 없는 목소리로 "응 아까보다는 괜찮아." 하며 머리의 이불을 거두어내고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가억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거니?" 하고 묻자 귀신아저씨가 "지혜는 앞으로 가억의 자오선 파장을 따라가는 훈련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하면 힘들긴 해도 점점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앉아서 시간 여행을 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거야"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한다.

그때였다. 내 귀에 수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빠르게 뛰어다니는 소리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소곤 거리는 대화 속에 나무라는 말도 들렸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귀신아저씨 바깥쪽에서인지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요."라고 이야기하자 귀신아저씨와 소영이가 긴장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무슨 금속이 덜컹 거리는 소리도 들려요"라고 하자 "토마토 요원들이 오고 있나 보다!"라며 "우리 위치가 노출되었나 보다. 다행히 어주기가 위험감지 능력이 있어서 미리 알았다. 우선 오늘 전할 이야기는 끝났으니 각자 흩어지도록 한다. 소영이는 아까 들어온 문 반대편으로 상수랑 어주기를 데리고 나가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오도록" 하며 "내일 훈련은 경희를 통해서 전달하겠다. 모두 집에서 남은 하루를 잘 보내도록 해라. 학교 숙제할 일 있으면 숙제도 하고. 초능력은 들키면 안 돼"라고 급하게 이야기하며 자리를 뜬다.


소영이와 밖으로 나오니 엉뚱하게 학교에서 멀지않은 지하철 역 옆의 굴다리 아래 철조망으로 막혀있는 접근 금지구역이다. "앗 여기는 어디야!"하고 상수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려는데 소영이가 '쉿!' 하며 나와 상수의 머리를 내리누르고는 기둥 뒤로 몸을 숨긴다. 이곳은 인도보다 어른 키만큼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보니 인도 쪽에서는 잘 보이지는 않는 곳이었는데 대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함부로 던져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있어 냄새가 지독했다. 썩는 냄새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어 기침이 나오려는데 갑자기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지난번에 보았던 요원들의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버스 뒤로는 트럭이 따라오고 트럭에는 큰 안테나가 실려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동안 그 자리에서 차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다가 주위가 조용해진 뒤에 고개를 들었다.

"아휴 냄새야! 숨쉬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라며 상수가 이야기한다. 소영이는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상수야 어서 여기서 나가야겠어. 우리를 데리고 여기 철조망을 넘을 수 있겠어?" 하고 묻는다. 상수가 "내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소영이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다가 "일단 나 혼자 뛰어볼게 또 머리 박으면 안 되니까" 하며 무릎을 약간 굽혔다가 뛴다. 아주 가볍게 굴다리 천장에 손을 대고 내려오더니 "일단 뛰기는 된다. 그런데 너희들까지 들고뛸 만큼 내가 힘이 세졌을까?" 하며 오히려 소영이에게 물어본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영화 같은데 보면 갑자기 힘이 세진 히어로들이 처음에는 힘 조절이 안 되어서 문도 부시고 하던데 너는 그런 일 없었냐?"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상수가 "나도 그럴까 봐 어제부터 숟가락 잡을 때도 조심하였는데 높이 뛰기 말고는 잘 모르겠던걸"하고 대답한다.

소영이가 "지금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해. 그리고 너는 할 수 있어. 아직 훈련을 시작하지는 않아서 쉽지는 않겠지만 상수 너는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 너의 능력은 정확히 말하면 네 몸에 있는 힘을 모아서 한곳에 집중하는 능력이 생긴 거야. 그래서 정신을 집중하는 곳으로 힘을 모을 수 있어. 그 힘을 분산시킬 수도 있고. 만약 손가락에 힘을 집중하면 무쇠뚜껑도 한 번에 구멍을 뚫어 버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순간에는 다리에 힘이 없으니까 높이 뛸 수는 없고"라고 이야기해 준다. "반면에 동시에 힘을 분산시키면 평상시와 똑같아질 거야. 상수 네가 힘을 강화시키고 싶다면 당연하겠지만 훈련을 해야 하고 훈련을 하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힘의 강도도 올라갈 거야"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 말을 듣고는 상수가 "우와 무슨 무협지의 기를 이용하는 무술 고수 같은걸?" 하며 흥분하더니 "내가 저 앞의 바위를 한번 들어보겠다!" 라며 자기의 양쪽 팔을 눈앞으로 모으고는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고는 바닥의 큰 돌을 들어보는데 정말로 돌이 들리는 것이었다. "우와 정말 들어지네! 신기하다!" 하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너희들 나만 믿어. 무림 고수가 나가신다!"외치고는 나랑 소영이를 잡고 붕 뛰어올라 철조망을 넘는다. 하지만 철조망을 넘어가다가 발이 걸려 그대로 철조망 바깥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으아악!" 하면서 인도로 추락한 우리는 바닥에 세게 떨어졌다. "아이고야 아파라" 하고 있는데 소영이가 기절한 듯 가만히 누워있다. "소영아 괜찮아?!" 하며 상수와 내가 동시에 일어나 상태를 살피려고 하는데 가만히 누워있던 소영이가 빙그레 웃으며 "내가 죽었을까 봐? 난 멀쩡해" 한다. 처음으로 소영이가 친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잠깐은 하늘을 난 것 같았어. 기분이 좋은 걸?" 하더니 벌떡 일어나서 예의 무심한 얼굴로 "어서 교실로 돌아가자. 요원들과 얽히면 머리가 아프니까"라며 빠르게 사라져 갔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텔레파시, 이상한 훈련 장소, 토마토를 연구한다던 아저씨들, 제우, 지혜, 경희.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혜 말로는 앞으로 기아 상태가 벌어진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한 책 벌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