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산사건과 화교 배척 운동 그리고 일제
내가 살아오면서 최근처럼 중국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위험한 수준으로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억지스러운 근거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역사에서 이런 적은 없었을지가 궁금하여 찾아보게 되었다.
(일단 나는 역사 전공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당시 기록들에서 사용한 용어들이 좀 어려워서 명확하게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자료들은 구글검색창에서 "만보산 사건", "만주 사변" 등으로 검색해서 앞쪽에 나열되는 웹페이지 들을 참조하였다.)
처음 만보산사건을 알게 된 것은 이봉창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였다. 1931년에 있었던 만보산 사건과 조선일보 오보로 국내에서 벌어진 배화폭동 사건으로 당시 식민지 조선과 중국의 감정이 매우 나빴는데 이봉창의 동경의거를 통해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만보산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렇게 이해가 된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뒤 토지를 뺐긴 조선사람들은 만주로 이주를 하여 땅을 개간하며 먹고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만주로 진출한 조선인들을 일본 경찰들이 보호하면서 만주 땅을 개간하는데 여기에 중국쪽 입장에서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중국 농민들과 조선 농민들이 충돌하게 된다. 중국 농민들과 조선 농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는 계약에 따라서 일을 진행한 것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계약이 엉터리였는데 그 뒤에는 일제의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중 농민 사이의 대규모 충돌은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끝난다.
배화폭동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그 뒤에 발생한다. 김이삼이라는 창춘 특파원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언론사의 특파원이었다. 이 사람에게 장춘의 일본영사관에서 정보를 제공하였고 김이삼은 그 내용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보내게 된다. 문제는 그 내용이 매우 엉뚱하였는데 재만조선인이 대규모로 살해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는 바로 뿌리지 않았는데 반해 조선일보는 해당 내용을 호외로 뿌렸고 거기에 흥분한 조선 사람들은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일종의 인종학살이 벌어진다. 다른 이유 없이 중국인이면 그냥 보이는대로 죽이게 되었고 피해자 중에는 임신부,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상황이 일제에 의해 선동 및 공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 조선내 지식인들이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발표하며 사태가 진정되었다. 결국 김이삼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하였는데 발표 뒤에 누군가에게 피살당한다.
이 상황에서 좀 의아했던 것은 당시의 조선 사람들이 기사 하나로 이런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좀 더 찾아보니 당시 경제상황이 맞물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화교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여러 경제 활동을 하였는데 그 규모가 굉장하였다. (당시 주로 화교가 활동하던 포목상점의 경우 연간 판매액의 30%가 화교가 담당을 하였고 농업인도 10%가 넘었으며 노동자들도 10%가 넘는 사람들이 화교였다는 글이 있다.) 그래서 당시 조선인들은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한다. 아마도 내 생각에 주된 문제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수탈과 차별이 일상화되어 조선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자리가 거의 없었을 것이고 그 틈으로 중국 화교들이 들어와 돈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사람들에게는 구조적인 문제보다도 당장 눈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화교들에게 이러한 감정이 생겼을 것으로 이해가 된다.
어찌되었던 항상 평화로운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민지 지배아래에서 이렇게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내용을 찾아보면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혐중시위를 바라본다.
몇 가지가 닮아 있는데 우선 김이삼이라는 존재를 대신한 혐중시위를 주도하는 단체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단체를 통해서 사실을 왜곡한 주장들이 계속해서 전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경제 양극화 등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이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난 뒤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살펴보면 한 가지가 빠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것은 혐중시위를 통해 이득을 얻는 사람 또는 집단이다. 1931년 만보산 사건 때는 만주로 진출하고자 했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있었고 조중갈등을 통해서 일제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의 혐중 시위를 통해서는 누가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당연히 알 수 있듯이 혐중 시위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손해만 본다. 이득이 없다. 만약 뒤에서 적극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수동적으로라도 국내 혐중 시위로 인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인간 사회에는 항상 사건이 발생하고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들이 개인 단위를 넘어 국가 단위로 흐르곤 한다. 하지만 별일이 없으면 결국 이것들도 지나가게 되는데 그 감정이 격해지는 시점에 무언가를 기획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세력들은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고 작전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해야할 가장 첫 걸음은 지금의 혐중 감정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1931년과 같은 폭력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 일일 것이다. 정말 많이 걱정이 되어 글을 적어본다.
참고 자료: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401690&code=kc_age_40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82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7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