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 선생님

by 투오아
스크린샷 2025-10-05 235513.png janegoodall.org 제인구달연구소 2025년 10월 5일 캡처


좋아하는 동물생태학자 제인 구달께서 지난 10월 1일 영면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처음 석사학위를 시작했던 2003년에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이유를 읽으면서 그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그 이후 그분의 다른 책을 통해 침팬지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고 또 그분의 자연에 대한 사랑 등도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특히 침팬지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관찰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는 과학활동이라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탄자니아 곰베 공원에서 그분이 밝혀 낸 것은 어마어마하였다. 도구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침팬지 역시 도구를 사용하여 흰개미를 채집해 먹는다. 또 그는 자연을 아름답게만 보려고 하지 않았다. 침팬지는 동족 간의 살해 행위를 하며 부족 간 전투도 벌인다. 그리고 전투의 결과물은 정말 잔혹하다. 그리고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한 서열 관계도 가지고 있다.

그분의 이러한 선구적 연구를 통해 우리 사람이 벌이는 여러 가지 생태적인 특성들을 한 번 더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분의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성숙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처음 밀림 속으로 들어갈 때에는 젊은 여성이었던 구달은 시간이 가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또 그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도 잠깐씩 책에 기술하였다.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이 나는 것은 왜 어미 침팬지가 아기 침팬지를 관찰하려는 제인 구달에게 그토록 신경질 적으로 반응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이해를 하지 못하던 그 행동이 제인 구달 스스로 엄마가 된 이후 자신의 아기에게 위해가 되는 존재가 있을 때 마음속에 불같은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이 마음이 바로 그 어미 침팬지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는 내용이었다. 사람만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고 또한 우리가 가진 감정이라는 것 또한 진화적인 산물이라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구달이 말했던 그 감정들이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존재하는지도 몰랐으나 이미 알고 있었던 그 감정들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식에게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을 구달의 침팬지 연구들과 비교하며 신기하면서도 당혹스럽지는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나에게 과학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던 제인 구달 선생님. 책으로만 만나보았지만 당신이 있어서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었고 세상을 폭넓게 볼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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