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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훤칠문집

아버지 생신 모임

by 투오아

아버지와 나는 생일이 6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랑 같은 날 생일잔치를 하였다. 누나가 꼭 우리 식구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하였던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준비한 케이크를 놓고 아버지 나이에 맞추어 초를 꽂았다. 긴 것 8개 짧은 것 1개 총 9개의 초가 케이크 위에 있으니 한 번에 끄기가 어려웠는데 아버지께서 훅 하고 바람을 부니 한 번에 모든 초가 꺼졌다. 그 연세에도 정정하신 아버지 셔서 걱정하는 마음이 좀 줄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누나에게 생일 선물을 내 것까지 준비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누나가 내 선물까지 주었는데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누나에게 선물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안하고 민망하였다.


그것을 보며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아빠 선물 말고 그건 뭐니?" 그래서 누나가 "동생 선물이에요" 하고 답하자 어머니께서 왜 오늘 장남 선물을 주냐고 물으신다.


기억력이 좋으셨던 어머니는 주변 사람의 모든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식구들의 생일, 생시까지 항상 모두 외우고 계셨다. 그래서 식구들 생일이 기억이 안 나면 어머니께 묻고 내가 태어난 시간도 궁금하면 어머니께 묻고 답을 얻어왔었다. 그런 어머니께서 내 생일을 기억 못 하시고는 "아 그래? 아이고 나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무런 준비도 못했네" 하시며 웃으신다. 어머니의 웃음에 나도 웃었다.


우리 어머니 지금처럼 대화가 가능한 것만도 큰 기쁨이고 선물입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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