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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없을 망 罔

하브루타 23번째

by 투오아

아이들과 계속해서 學而不思則罔 의 여섯 번째 글자 그물 망자를 가지고 하브루타를 진행해본다.

집에 꿀이 떨어졌는데 통조림 복숭아가 있다고 아내가 알려주어 그것을 섞어 먹으며 시작한다.


마음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급하게 먹으면 모든 것이 초조해지고 느긋하게 먹으면 천천히 가도 괜찮다. 아이들과의 하브루타 진행을 천천히 나가자 하고 생각하고 한 글자씩 이틀에 걸쳐 진행하려고 마음먹으니 좀 마음이 편하다.


아이들과 그물 망자를 함께 써보며 글씨가 참 신기하게 생겼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난 솔직히 아이들과 찾아보기 전에 이 망자가 亡인 줄 알았다. 왜냐면 위 문장을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다로 해석하면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인데 아무리 망할 망이라고 찾아도 罔 자가 나오지를 않아 아침 15분의 6분을 이 글자를 찾는데 보내버렸다.


그 사이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었다.

첫째는

1. 둘러싼 집 모양은 그물을 뜻하는 것인가

2. 한자가 합해진 것인가

3. 이 글자의 유래가 뭐지

4. 언제 만들어졌지

5. 딱 보기에 왜 이렇게 보여

라는 질문을

둘째는

1. 왜 밑에 니은이 있지?

2. 왜 밑에 한글 온의 이응이 빠진 글씨가 있지

3. 왜 글씨 위쪽이 화가 나있지

라고 질문을 낸다.

왜 화가 나있냐는 말에 글씨를 다시 보니 罔 에서 亡 위에 화난 눈썹 모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절로 웃음이 난다.


여기까지 하고 출근 시간이 되어 아이들에게 오늘 아빠가 조금이라도 일찍 오면 하브루타를 이어서 할래 하고 물어보니 둘 다 그러자고 대답하여준다. 참으로 기쁘다.


정신없이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할 일이 한 개 정도 더 남은 시점에 시간이 저녁 7시 20분을 가리킨다. 지금 출발하면 집에 도착하면 밤 아홉 시가 좀 넘을 것 같고 그러면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30~40분 시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내일로 미루고 출발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웬걸 아이들이 없다. 첫째가 집이 더워서 둘째를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는 장모님 말씀에 첫째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집에 온 두 녀석에게 오자마자 하브루타 하자고 하니 첫째가 자기는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둘째랑만 아침에 이어서 진행해본다.


우선 퇴근길에 찾아본 유튜브 강좌 중에 획수에 대한 3초짜리 짧은 영상이 있어 그걸 둘째에게 보여주었다. 그물망이 획으로 쓰일 때 변형되는 것을 설명한 동영상이었는데 이걸로 화난 눈썹에 대한 질문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온이라는 한글 글자는 실은 망했다는 뜻의 한자 망이라고 알려주고 그럼 그물이 망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둘째가 아침에 네이버 사전에서 보니 아래 亡자는 칼이 부러진 것에서 온 모양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럼 물고기 손질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었을 것 같고 그래서 망했다는 말일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 말을 옆에서 들으시던 장모님께서 둘째를 엄청 칭찬해 주시니 아이가 우쭐한다.

그래서 참 잘 생각하였다고 말해주고 하이파이브를 한번 한 뒤에 그럼 그물이 망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하고 다시 물어보니 잠시 상각 하다가 물고기가 하나도 없는 그물이라는 뜻일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퇴근길에 본 논어 강좌에서 보았던 그물코가 촘하지 못할 경우에 물고기가 빠져나가고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고 설명하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내친김에 그럼 망자가 쓰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혹시 아냐고 물어보자 잠시 생각하다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말하는 거냐고 답하여 또 옆에 있던 장모님께서 우리 손주는 어떻게 그걸 생각해 내냐며 엄청 칭찬하신다.

역시 할머니께 손자는 다 천재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뜻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늘 하브루타 시간을 마쳤다.


퇴근 후에 뜻하지 않게 둘째와만 1:1로 진행을 하여보았는데 왜 둘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 수 있었다. 수준을 한 명에게만 맞출 수 있어 정말 좋았고 그래서 그만큼 둘째도 집중해서 해주어 많이 고마웠다.


그리고 장모님의 칭찬이 아이에게 더욱 힘을 주는 것이 분명해 보여 칭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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