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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시암과 짜뚜짝 시장의 간극. 그리고 왓 아룬

방콕 여행 사흘, 나흘 째

by 투오아

태국은 국왕의 생일과 그 전날에는 왕궁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우리가 귀국하는 월요일이 국왕의 생일인 관계로 가고 싶었던 왕궁을 대신하여 왓 아룬을 가보기로 하였다.

정체가 궁금하였던 수상버스를 타러 사톤 배선착장으로 향하였다. 도착하자마자 현지인들이 어디 가냐고 물어 목적지를 답하니 왓 아룬이면 이쪽으로 오라고 하면서 개인당 백 밧만 내라는 것 아닌가. 분명 호텔에서 확인할 때 오렌지 라인을 타면 된다고 했고 15밧이라고 하였는데 너무 이상하여 옆을 보니 그곳에 사람들이 붉은 옷 노란 옷 푸른 옷 등을 입고 서있다.

이렇게 눈앞에서 사기를 쳐도 되는 가 하여서 바로 등 돌리고 나와 안내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배는 색깔에 따라 서는 곳이 달랐는데 관광용 배도 공식적으로 있었고 이경우는 가격이 60밧이었다.

우리 식구는 관강객용 배가 앉을자리가 있다고 하여 푸른색 깃발을 따라 배를 탔다. 좀 더 전에 출발한 오렌지 배는 이층 지붕 자리가 없었는데 푸른색 깃발 배는 관광용이라 그런지 이층 지붕 자리가 있어 날이 더움에도 그곳으로 조카와 함께 올라가 앉았다.

유람선을 타고 기분이 좋았던 것은 우리나라 청풍호반 유람선을 탔을 때뿐이었는데 태국 차오쁘라야강을 따라 왓 아룬으로 가는 배도 못지않게 참 좋았다.

다른 나라스런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간간히 보이기도 하였고 민가들도 보였다.

어떤 사람이 중간에 있는 선착장에서 강에 사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뿌려주는 모습도 있었고 어떤 마을 주민 아저씨는 강에 들어와서 이를 닦고 있었다. 그걸 본 조카가 여기가 갠지스강이냐며 희한하게 쳐다보았다.

한 이십 분쯤 가니 멀리 왓 아룬이 보인다. 새벽이라는 뜻의 아룬과 사원이라는 뜻의 왓이 합쳐진 왓 아룬은 새벽에 자기들에 비추는 빛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상 늦은 오전 또는 이른 오후쯤에 도착을 하였는데 선착장에서 내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높은 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탑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 자기들을 붙여서 만든 모양이다. 우리나라 단청도 잘은 모르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왓 아룬의 자기들도 어떤 규칙에 따라 붙인 것 같았다. 보석도 황금도 아닌 자기를 이용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었다니 정말 신기하였다.

하지만 나의 신기한 감정을 아이들이 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쾌청한 날씨와 높은 온도에 아이들은 이미 기력이 다해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이번 방문도 수많은 아이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잡은 일정인데 날이 더운 태국의 사정 때문에 우리 집 첫째는 어디도 움직이지 않고 그냥 숙소에 머물고 수영하다가 근처에만 나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이를 이겨내고자 그리고 아이들의 경제관념 형성에 도움이 될까 하여 이틀에 걸쳐서 스피드 퀴즈 시간을 가져보았다. 일등 백 밧을 주기로 하고 시작하였는데 옆에서 보던 아내가 아이들이 뭐라도 사려면 300밧 (우리 돈 만원)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금을 올리라고 해서 덕분에 일등이 오백 밧의 퀴즈대회가 되어버렸다.


막내들에게 이점을 주고자 막내들에게는 문제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그렇게 해서 낸 문제가 방콕에는 버스터미널이 있는가와 어제저녁에 우리가 먹지 않은 음식은 무엇인가였다.


방콕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퀴즈를 준비하다 보니 매일 밤 두 시간씩은 문제를 내기 위해 방콕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우선 방콕에는 대중교통 종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버스 택시 지하철 이외에도 툭툭, 수상버스, 수상택시 등이 있어서 배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기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왓 아룬으로 이동할 때 수상버스를 타고자 하였었다.


그리고 지금의 왕조는 짜끄리 왕조라고 하는데 숙소 옆에 있는 다리 이름이 탁신교이고 지하철역은 사판 탁신 역이어서 탁신이 무슨 뜻인가 하고 찾아보니 버마로부터 태국을 독립시킨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는 현 짜끄리 왕조 전의 톤부리 왕조의 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조 이전의 고려 왕조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현 왕조가 멀쩡히 있고 사랑을 국민들에게 받는 상태에서도 그 이전 왕조에 대해서도 대왕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상금을 준 이유는 짜뚜짝 시장이라는 엄청 큰 주말 시장에 가서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막내 둘은 그저 신이 나서 시장에 가자마자 장난감 가게를 찾아내어서는 어벤 데구스?라는 이름의 어벤저스 유사 레고 장난감을 무려 다섯 개를 구매한다. 개당 우리 돈으로 천 원 정도 하는데 많이 사니 좀 깎아주었다.


나는 코끼리 바지라는 옷을 무척 사고 싶었는데 한 벌에 백 밧이라고 적혀있어 구매해서 입어보았다. 반바지는 무릎 뒤 쪽에 땀 이 차면 여름에 땀띠가 나서 고생스러웠는데 코끼리 바지는 바람이 잘 통하는 긴 바지로 땀이 살에 머물지를 않아서인지 참 시원라다고 느껴진다.


아이들이 더워서 너무 힘들어한 짜뚜짝 시장을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수영을 하고 강 건너편 동양 최대라는 아이콘 시암을 가본다.


하남의 스타필드보다 좀 더 크거나 비슷한 크기의 쇼핑몰인데 내부의 화려함과 깨끗함이 스타필드의 것을 능가한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돌아다니다가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가 떠오른다. 청나라를 여행하며 당시 청나라의 발전상을 기록한 그 책에는 도로의 모습이나 집을 짓는 방식 등에 대해서 조선이 본받았으면 하는 여러 이야기가 실려있다고 하였는데 지금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태국의 쇼핑몰이 주는 화려함은 박지원 선생이 살던 조선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신기함을 넘어서 이렇게까지 화려해도 좋은가에 대한 생각인데 그럼에도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전통 수상 시장을 재현해 놓은 길을 걸어가면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수상시장을 가볼 염두가 안 생기는 것이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섞여서 분주한 짜뚜짝 시장. 정말 수많은 블로거들의 말대로 가격이 싸고 우리가 보지 못하던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느낌은 우리의 광장시장 같았다. 아이콘 시암은 하남 스타필드가 떠 올랐는데 시원하고 쾌적하게 좀 비싼 전통시장 유사 인테리어부터 고급 매장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가 있어 참 편리하고 쾌적하였다. 다만 모조 상표가 없다 보니 막내들은 짜뚜짝 시장의 장난감 가게를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그래도 아이들이 의견을 주어 각각 두 번씩 가게 된 이곳들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시장이라는 것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도 백 년 뒤에도 짜뚜짝 시장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콘시암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아름다운 왓 아룬과 두 개의 큰 시장을 경험하며 여행의 마지막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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