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때문인지 아이들이 일찍 일어난다. 심심했는지 아이들 네놈이 모두 스마트폰을 켜고는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게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공부 외에는 나쁜 것으로 배워온 관성이 나에게 경고를 보낸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두 불러서 아침 체조를 하고 식탁에 앉아 서로 방콕에 대한 문제를 내고 그에 대해서 일등 한 사람에게 100밧을 2등에게는 80밧을 그리고 3,4등에게는 50밧을 주기로 하고 서로 문제 내고 맞추기 시합을 하여보았다.
하브루타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게 서로 5분 동안 시간을 갖고 방콕에 대해서 찾아본 뒤에 자기만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들만 내면 가장 유리하다는 귀띔을 주고 시작하였다.
첫째 조카는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 이름과 태국 왕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우리 집 첫째는 하나의 섬처럼 되어있는 성이 있음. 운하가 성 둘레에 있는 궁전. 그 궁전의 면적은 얼마일까?이라는 다소 어려운 문제를 내었고 둘째 조카와 우리 집 둘째는 어제 잠시 옮겼던 숙소 방에 여기저기 죽어있던 바퀴벌레에 대한 문제를 내었다.
잘 모르는 것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검색을 하게 하였는데 내 속 뜻은 스마트 기기는 게임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기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음이다.그리고 아이들이 질문을 통해 방콕에 좀 더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모든 퀴즈를 마치고 나니 결과는 나이순으로 나오게 되어서 검색 속도의 차이가 결과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문에 막내들이 무척 억울해 한다. 어쨌거나 상금을 나누어 주니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한다.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왔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우리가 있는 곳에 대해서 책이나 검색으로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흥미를 북돋고 싶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 두 번째 날은 어제 못한 수영으로 우선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그저 물에 들어가면 신나는가보가. 레지던스 아파트 구층에 있었는데 물 깊이가 2.5미터를 자랑한다. 라이프가드도 없고 그냥 관리인이 청소를 하는 한가로운 곳이었는데 숙소 바로옆에 방콕에서 가장 높다는 방콕 마하나콘이 이 수영장에서 바로 보였다.
다이빙하지마시오 가 없는 수영장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든다
높은 건물을 볼때면 각국의 왕궁이나 로마의 유적지 등이 떠오르는데 지금 우리가 짖고 살고 이용하고있는 이 건물들이 언젠가는 유적이 되어야 할텐데 그렇게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곤 한다.어쨌든 독특한 겉모습이 인상깊어 한번 사진으로 찍어본다.
수영을 마치고 숙소 옆의 비프 앤드 쉐이크라는 수제 햄버거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내 입맛에는 상당히 맛있었는데 가격이 수제버거를 생각하면 참 싸다. 방콕은 이렇게 저렇게 돌아보면 상당히 발전한 나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물가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짐을 싸고 나와서 여섯명이 탈 수 있는 벤을 일층 로비에 요청하였다. 어제의 소동때문인지 참 친절하게 차를 잡아주어 삼백밧을 내고 우리의 본 숙소인 차오프라야강 옆의 호텔로 향한다.
비도 오고 그래서인지 날이 생각보다 덜 더워서 바람이 불면 시원하다. 어릴적 시골 마루에 등목하고 누웠을 때 느끼던 그런 바람이다. 하지만 문명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은 더워 죽겠다며 온통 소란을 피운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도 손바닥 만한 것만 놔두고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났다. 더우면 더운대로 샤워나 등목하고 견디는게 여름인데 그렇게 비행기 타고 가자고 하던 태국에 와서 덥다고 삐죽삐죽 거리는 녀석들을 보고있자니 웃기기도 하면서 이렇게 키워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올해 중3인 조카는 키가 나보다도 더 커졌는데 그래도 이놈은 듬직하게 짐도들고 새로운 경험도 해보려고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홉살 짜리 막내를 돌아보니 이놈도 몇 년 뒤면 저정도 클 것인가 하는 생각에 그냥 나이가 어려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어머니가 기억하는 나는 참 다르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서 그렇게 여행 둘째날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