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아이들의 방학이 이어지면서 중간중간했던 하브루타 시간들을 건너뛰고 31번째부터 다시 기록해본다.
중간 과정에서는 아들 둘과 내가 생각나는 제시어 몇 개를 내어 놓고 그 낱말들이 들어가는 글짓기를 해보았고 그렇게 작품을 만들어 가 보려고 하였다. 아이들이 상당히 재미있어했지만 아직 글들이 완성이 되지 않아 어느 정도 완료되면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난 주말 순성길 제3길을 다녀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월, 화, 수 사흘 동안 순성길에 대한 하브루타를 진행해 보았다.
첫째의 질문이다
1. 우리는 왜 걸었지?
2. 숙정문 옆 촛대바위는 왜 이름이 촛대 바위지?
3. 왜 흥인지문만 지자가 들어가지?
4. 지도에 있는 최순우 가옥의 최순우가 누구지?
둘째는
1. 왜 지도의 하얀색은 넓고 초록색은 좁지?
2. 순성길에는 왜 시간제한이 있지?
3. 장충체육관이 어디지?
를 질문으로 내었다.
여기까지 하고 첫째 날을 마무리 지었다. 지도를 보며 질문을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음날이 되었다. 먼저 둘째의 질문부터 시작해보았다. 지도에서 하얀색 부분은 무엇일까 하고 아이들에게 물으니 첫째가 평지라고 답한다. 그래서 얼른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쳐주고 그럼 초록색 부분은 뭘까 했더니 둘째가 언덕 같은데? 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다시 맞다 서울을 둘러싼 산들이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 다음 스마트기기를 하나씩 쥐어주고 정도전 한양천도 이런 식으로 한번 찾아보라고 시간을 한 3분 정도 주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에 익숙한 첫째가 금방 찾아 관련된 내용을 말해준다. 첫째에 따르면 하륜이 연희동 지역을 추천했으나 신하들이 지대가 좁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고 무학대사 등의 권유로 현재의 사대문 안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과 무학대사는 인왕산 동쪽에 궁궐을 짓자는 이야기를 하였으나 정도전이 지금의 북악산 남쪽에 궁궐터를 잡고 왼쪽에는 종묘를 오른쪽에는 사직을 두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하륜이 누군지에 대해서 아이들이 궁금해하였고 종묘사직 등에 대해서는 차후 더 찾자고 하고 둘째 날을 마치었다.
그리고 셋째 날은 종묘와 사직의 의미에 대해서 어제 따로 찾아본 내용을 공유하며 시작하였다. 첫째가 종묘는 찾아보았다며 왕과 왕비의 시주를 모신 곳이라고 설명을 하며 시주가 시체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나도 솔직히 잘 모르는 말이라 시체는 왕릉에 있으니 그럴리는 없을 것이고 이름 등을 써서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말해주었는데 좀 더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사직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는지 물어보았는데 그것까지는 찾아보지 않아 대충 내가 아는 내용을 설명하였다. 농사를 기본으로 하던 조선이어서 가장 중요한 산업에 대한 신을 두었고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곳이다 라고 말해주었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더 할 수 있을까 해서 그럼 요즘 시대에 산업에 중요한 신을 둔다면 무엇을 두어야 할 것 같냐고 아이들에게 물었는데 둘 다 꿀 먹은 듯 아무 말도 없다. 그래서 아빠 생각에는 인터넷과 유투버 신을 두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해보았다.
이제 첫째의 질문으로 넘어가 본다. 모든 질문을 하나씩 다 찾아가며 이야기하기가 시간상 어려워 보여 첫째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촛대바위가 궁금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같이 찾아보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좀 넉넉하게 두고 둘째가 찾은 내용으로 발표를 하게 하여 보았다. 둘째가 정리한 내용으로 말한다. 북악산 청운대에서 바라본 모양이 촛대 모양이라서 이름이 촛대바위라고 한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기에 촛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에게 물어보았으나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촛대도 제사 때 쓰는 호리호리한 녀석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촛대바위는 그렇게 생기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다음에 여기를 가게 되면 직접 보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였다.
그다음 질문인 흥인지문에 왜 지가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첫째가 찾아서 이야기한다. 동쪽의 기가 약하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지자를 넣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할 거리가 많았으나 역시 출근시간이 다 되어 나오고 말았다. 그 와중에 첫째가 최순우라는 분에 대해서 찾아보고 말해준다. 대한민국 미술사학자라고 나온다고. 이에 대해서는 내가 좀 더 찾아보고 혹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같이 봐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첫째가 하루가 다르게 크는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아침이었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또 기억하고 정리도 깔끔하게 해내는 녀석을 보니 절로 빙그레 웃음이 난다. 둘째는 같이 할 때마다 자신이 인터넷 검색도 느리고 한 것이 엄청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그래서인지 흥인지문으로 사행시를 지어보겠다며 열심이다. 흥부가 인간의 지문을 보고 문자를 만들었다 하며 흥부가 세종대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세종대왕에게 형이 있었냐고 해서 두 명 있었다고 말해주니 착했냐고 묻는다. 그래서 형제 사이에 우애가 무척 좋았던 것으로는 안다고 하니 그럼 착한 사람 둘이 합쳐지면 나쁜 것이 되고 그래서 놀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나쁜 것 둘이 합쳐지면 착해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왜냐하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그러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착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어 그럼 다시 또 나빠지겠네 하며 혼자 곤란해한다. 그런 모습이 예뻐서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매우 철학적인 말로 극과 극은 통한다와 같은 말도 있다고 하고 중요한 생각이라고 말해주니 힘이 났나 보다. 현관문까지 따라오며 또 다른 사행시를 지어본다고 한다.
하브루타라는 것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고 적용도 잘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들이 점점 발전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참 좋다. 다만 항상 고민이 세 살 터울 형과 같이 하는 것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둘째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계속 고민스럽다.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
토요일에 둘째가 가보고 싶어 한 도라산전망대를 가볼 예정이니 내일부터는 이를 주제로 진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