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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아 Sep 19. 2019

이상한 책 벌레

나의 글짓기 1

이 글은 우리 집 아들 둘과 아침마다 하브루타 시간에 서로 제시어를 내고 그 낱말들을 이용해 글짓기를 한 결과물입니다.


첫째 날 제시어:
둘째: 상하다, 어죽, 이상하다, 아니다, 캬핡
나: 하늘, 명치, 발목, 샌드백, 싱크대
첫째: 어주기, 안녕, 학교, 헐다, 졸림

어주기는 갑자기 눈이 떠졌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당히 졸림에도 창에 나가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너무나도 맑은 하늘이다.

"왜 어제저녁이 기억이 나지 않는가? 무슨 약을 먹었나? 아니다."

캬핡하고 가래를 뱉으러 싱크대로 가는데 샌드백이 안녕하고 인사하는 것 같다. 갑자기 발목이 몹시 아프다. 가래를 뱉고 났더니 이번엔 명치가 아파온다. 이상한 걸? 하고 생각하며 다시 어젯밤 일을 떠올려 보려고 애쓴다.

"그래 맞다. 어제저녁 유명한 맛집이라는 데를 갔었어. 그 집이 어죽으로 유명한 집이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학교 바로 옆이 었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는 생각을 잠시 멈춘다. 다시 노력해 본다. 거기에서 멈추어버린 기억. 다시 명치가 쓰리다.

"혹시 음식이 상했을까? 그럼 발목은 왜 아프지?"

목이 말라 물을 먹으로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물 잔을 입에 대니 몹시 아프다. 거울을 보니 입도 헐어 있다.


둘째 날 제시어:
둘째: 걷다, 건네다, 받다
첫째: 아앍, 책, 코 막혀
나: 벌레, 꿀, 피아노

어주기는 다시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픈 곳들을 돌아본다. 명치, 발목, 헐어 있는 입안. 그리고 어제저녁의 잃어버린 기억. 학교 옆 맛집에서 파는 어죽.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그 맛집이라는 곳을 다시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려는데 헌 입이 아아악 소리가 나도록 아프다. 코도 막혀서 코를 푸니 놀랍게도 나오는 것은 벌레다. 너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벌레는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가만히 있는다.

조심스럽게 들어보니 처음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럽던 명치 통증이 사라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서둘러 피아노 위에 던져져 있던 옷을 대충 둘러 입고 밖으로 나온다. 마치 책에서 읽은 SF영화 같은 느낌이다. 흐릿하게 갑자기 책을 누군가가 나에게 건네던 장면이 떠오른다.

발을 절며 학교로 급히 가려는데 그 받았던 책에서 튀어나온 벌레가 내 몸속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놈은 내 몸안을 마음대로 걸어 다녔다.

헐어 있는 입안은 계속 아프다. 꿀을 바르면 얼른 낫는다며 꿀을 발라주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셋째 날 제시어:
둘째: 망하다, 맛있다, 잘못됐다
첫째: 토마토, 약국, 가글
나: 건물, 안테나, 운동장

밖으로 나오니 맑은 하늘이 건너편 건물 들 사이에 언듯언듯 보인다. 앞집 약국의 약사분에게 아픈 바록과 입안의 상처에 대해 말을 하고 약을 산다. 약사분이 가글이 도움이 될 거라며 처음 보는 가글 약을 주어 그것도 샀다.

인사하고 나오며 학교 쪽으로 걸어간다. 학교에 다가서는데 멀리 운동장이 보인다. 오늘은 휴일이라 학교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학교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고 운동장에 안테나 같은 것을 설치하고는 수상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 주머니에 넣어 왔던 벌레가 그런데 운동장에 다가갈수록 몸부림을 친다. 뭔가 잘못됐다. 교문에 다가가자 갑자기 죽어버린다.

운동장에 있던 수상한 사람들이 나를 보더니 다가온다.

한 사람이 묻는다.

"학생 여기 다니는가?"

"그런데요"

"혹시 어제저녁 수상한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 못 봤나?"

수상한 책? 어제저녁의 희미한 기억. 책 속의 벌레. 그 사람의 손.

"수상한 책이 뭔가요?"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을 돌린다.

"아니 뭔가 낯선 사람이 여기저기를 다닌다고 해서."

"그런데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하고 물어본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망했다는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이내 대답한다.

"아 우리는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야"

"무슨 나랏일이요"

"맛있는 토마토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후조건을 연구 중이야"


넷째 날 제시어
나: 나무, 음식점, 맨홀 뚜껑
첫째: 머리띠, 선풍기, 곰팡이
둘째: 땅, 귀신, 칠판


이상한 아저씨가 말하는 맛있는 토마토라는 이야기가 더욱 이상하게 들린다. 운동장에 안테나를 설치하고 기후를 살펴보는데 복장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주머니 속의 죽은 것 같은 벌레가 신경 쓰여 꺼냈다. 그러자 수상한 아저씨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며 묻는다.

'그 벌레 어디서... 구했지?'

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다.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 때 다시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그래 그 책을 준 사람도 이 수상한 아저씨들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었어. 아 그리고 이상한 머리띠를 하고 있었지.


그때 내 앞의 수상한 아저씨가 갑자기 무전기를 꺼내더니 소리를 친다.


'타깃 확보 타깃 확보! 긴급 상황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운동장 쪽을 보니 사람들이 어젯밤의 아저씨처럼 머리띠들을 급하게 하고는 땅을 박차고 뛰어온다.


나는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 뒤로 돌아 도망친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갑자기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다.

학교 운동장을 나와 학교 담을 돌아 도망치는데 어제저녁 기억의 어죽 집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니 정확하게는 판자로 대충 만들어 놓은 임시 건물이다.

이게 어제저녁에 봤던 음식점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맨홀 뚜껑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수상한 아저씨들이 나를 잡고는 손에 쥔 벌레를 빼앗는다. 그리고는 학생 우리 학생 다치게 하려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을 한다.

그래서 아저씨들은 뭐예요? 하고 넘어져서 아픈 팔꿈치를 어루만지며 일어나 앉았다.


그 아저씨들은 가져온 유리병 같은 것에 벌레를 조심스럽게 옮겨 담고는 무전기로 타깃 확보 완료 라며 누군가에게 연락한다.


수상한 아저씨들 가운데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다시 묻는다. 학생 이 벌레를 준 사람 어디서 봤지?라고 한다.

어주기는 아저씨의 겁을 주는 말투에 너무 위축되어 모기만 한 소리로 간신히 대답한다.

'어제저녁에 바로 여기에 맛집이라는 어죽 집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없고 그 어죽 집에서 아저씨들 같이 머리띠를 쓴 어떤 아저씨가 이상한 책을 주었는데 그 책에서 이 벌레가 나온 것 까지 기억해요'라고 간신히 기억나는 것까지 말하였다.


그러자 대장 아저씨가 씩 웃고는

'드디어 귀신에 대한 단서를 잡았군'

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대장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나면서 주변의 아저씨들에게 외친다.

'가서 장비 가져와!'

하더니 어주기를 번쩍 들어서 자신들의 차에 태운다. 차는 버스처럼 생겼는데 영에서나 보던 신기한 장치들이 있고 운전석 뒤에는 칠판 같은 것이 있어 거기에 작전명 나무라고 쓰인 글씨가 보인다.


나무? 작전명이 왜 나무일까?라고 궁금해지는데 갑자기 검은 양복 아저씨들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선풍기처럼 생긴 장비를 가지고 온다.


어주기가 앉아있는 곳까지 전원선을 가지고 와서 연결하니 날개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판잣집으로 보였던 허름한 집이 먼지를 벗고 어제저녁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워 어주기는 몇 번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였다.

대장 아저씨가 외친다. 자 귀신 위치를 확보했다! 약을 가져와!

그 소리에 주변의 검은 양복 아저씨들이 곰팡이처럼 보이는 솜뭉치를 들고 와서 어죽 집 앞에 던진다.


갑자기 캬악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 가운데로 희미한 기억 속의 이상한 책을 든 사람이 나타나 문 밖으로 소리를 내지른다. 그 모습을 보자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온몸이 떨린다.

나의 모습을 본 대장 아저씨가 외친다. 나무를 외쳐 나무를!


나도 모르게 나무! 나무! 하고 외치자 갑자기 너무나 조용해진다. 잠깐 여기는 어디지? 어두운 방 안에서 다시 눈을 뜨니 식목일에 나무를 심자는 캠페인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다. 뭐지? 꿈인가?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본다. 입안에 헐었던 흔적은 없다. 아프던 발목의 통증도 사라져 있다. 아 진짜 꿈인가? 하며 방 안을 둘러본다. 여전히 떠오르지 않는 어젯밤의 기억. 어제는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할 때 책상에 처음 보는 책이 놓여있다. 이게 뭐지 하며  펼치자 꿈속의 벌레가 그려져 있고 '만지지 마시오' 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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