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으로는 말이야
캠핑클럽 핑클의 무대를 보고
가을 탄다. 그 말을 처음 느꼈던 것은 대학교 일 학년 때인 스무 살 때 사이먼 앤 가펑클의 스카보로 페어를 처음 들었던 내 성년의 첫가을이었다. 난 그때 사춘기란 이런 것인가도 처음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나 스스로 사 보았었다. 집에 와서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들어 보는데 그들의 노래가 나의 마음과 또 내 젊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뒤로 몇 개의 노래가 내 인생에 들어와 인생의 표지석이 되었다.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이승환의 붉은 낙타,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그리고 최근에는 박효신의 야생화.
하지만 내 살아온 시대와 그 시간들에 인기 있는 대중가요들은 따로 있었는데 그들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이번 캠핑클럽 핑클의 마지막 무대는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아마도 이번이 핑클의 무대를 처음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내 군 시절 매주말 오후 4시쯤 하는 인기가요 보는 것이 낛이었을때의 SES와 베이비복스 등은 기억이 나는데 핑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데뷔시기가 좀 늦은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핑클은 분명 최고 인기 그룹이었고 그래서인지 내 인생의 표지석으로는 아니지만 여행지의 낯선 자연환경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있었나 보다.
포털사이트에서 핑클의 무대를 보고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는 VOD 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찬찬히 보았다.
불러 본 적은 없지만 알고 있는 그들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마음속에 묻혀있던 무엇인가가 드러나는 것 같았다.
방송국은 추억을 팔아 돈을 벌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선물 같았다. 얼마 전 만났던 친구가 유튜브에서 룰라 영상 한번 보라고 보면 눈물 날 거다 라고 했던 말을 웃어넘겼었는데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좀 알 것 같았다.
쌀쌀해진 날씨에 가을이 오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고 있고 45세 춘기가 와서 그럴 수도 있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 공자는 불혹이라 칭한 그 시기가 나에게는 현재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가야 할 길을 모르겠는 시기가 되었다.
아마 이루어 놓은 것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직장 내 위치를 빼면 이룩한 것이 없을 때 미래에 대해 의심 없이 나아가던 시기의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의 노래가 내 마음속의 다른 기억까지 드러나게 한 것 같다.
결국 그들의 무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까지 연결되었다. 추억 속에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한때는 말이야" 하기보다 "내가 앞으로는 말이야" 하면서 살고 싶다.
그들의 14년 만의 신곡을 들어보며 한 때 잘 나갔던 그들을 넘어 계속 나아가길 응원하게 되는 것은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다 잘 되기를 너도 그들도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