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불려놓은 쌀을 밥솥에 넣고 단추를 누른다. 맛있는 밥을 짓겠다는 전기밥솥의 약속을 믿으며 재료를 챙겨본다. 그런데 참기름이 없다. 여기서 요리 재료는 전날 챙겨야 한다는 깨달음을 다시 얻는다.
참기름은 없는 대로 그냥 진행하기로 하고 어제저녁에 먹다만 김을 꺼내서 잘게 부순다. 그리고 익은 김치를 꺼내서 잘게 자른다. 올리고당을 넣고 프라이팬에서 약강불로 5분 정도 볶았다. 참기름이 없어 좀 아쉽긴 하다.
밥솥이 맛있는 밥이 다 되었다고 잘 저으라며 나에게 약속을 지켰음을 알려준다. 안심이 된다. 밥을 주걱으로 세 그릇 퍼낸다. 어젯밤에 남은 식은 밥 한 공기랑 섞어서 남은 밥이 없도록 하고 부수어 놓은 김과 밥을 섞어주며 소금과 후추를 좀 넣어본다.
그런 다음 스팸을 꺼내서 길고 얇게 네 등분을 내어서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한다. 그동안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어서 다른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예열을 하며 달걀을 깨서 올리고 소금을 뿌려 간을 약간 싱겁게 맞추어본다.
이제 기본 준비는 다 되었다. 어제저녁 잠자리에 들 때 내일 아침 6시에 꼭 깨워달라는 둘째와의 약속을 지키러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을 깨우러 방에 들어간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고 있는 그 모습은 십 년을 넘게 봐도 항상 새롭고 평안하다.
같이 밥 만들기로 한 약속 기억하지? 하며 볼을 부비부비 하니 싫어하던 녀석이 눈을 번쩍 뜨며 벌떡 일어난다. 손을 씻고 오라는 내 말을 잘 따르고 주방으로 나왔다.
위의 재료들을 이용해서 주먹밥을 만든다. 밥그릇 하나에 물을 바르고 밥을 약간 떠서 물 묻은 손으로 펴준다. 그 위에 다른 밥공기 바닥에 물을 묻히고 쌓듯이 포개어 꾹 눌러준다. 둘째에게 밥버거 같냐고 물어보자 그렇다며 신기해한다. 그 위에 둘째가 젓가락을 사용해 아까 볶아 놓은 김치랑 달걀을 올린다. 다시 그 위에 밥을 한번 더 덮고 그릇으로 한번 더 포개듯 눌러준다. 둘째가 묻는다. 아빠 왜 스팸은 안 넣어요? 그래서 답해본다. 스팸을 같이 누르면 스팸이 다 짓이겨질 것 같아서 그러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하는 모습이 이쁘다.
밥버거를 틀로 사용한 공기 그릇에서 꺼내 접시에 담고 위 쪽 밥을 들고 스팸을 둘째에게 넣어 달라고 한다.
스팸을 넣은 밥버거를 두 손으로 조심히 들고 둘째가 식탁에 가져다 놓는다. 그렇게 엄마 형 것 까지 네 개를 만들어 식탁에 놓고 첫째랑 아내랑 깨우고 체조를 하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둘째가 신이 나서 말한다. 내가 만든 거야 형 먹어봐. 그러고는 한 숟가락 떠먹고는 나를 보며 아빠 스팸이 너무 짜요 한다. 생색은 자기가 내고 맛은 아빠 탓인 것이다. 그 모습도 소중하다.
밥을 먹으며 어제저녁에 첫째랑 같이 공부해본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해 본다. 둘째가 오늘은 자기 차례지? 하면서 얼른 게임을 해볼 생각에 신나 하는 것 같다. 자기가 프로그램으로 엄청 큰 집을 지을 거라는 둥 다른 친구를 초대해서 친구에게 마술처럼 보여줄 것이라는 둥 기대가 크다.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 옮긴 회사가 10시까지 출근을 해도 되는 관계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평소보다 다소 늦게 출근해본다. 호기심을 가지고 참여를 하는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